자소서
‘자기소개서’의 줄임말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작성되는 문서
취준생은 취업을 위해 자소서를 쓴다. 지원하는 회사에 따라 자소서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취준생들은 자소서를 ‘자소설’이라고 부른다. ‘자기를 소개하는 소설’ 사실보다 과장이 많이 들어가 ‘소개’보다 ‘소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도 자소서를 썼다. 고치고 또 고치면서 겁나 열심히 썼다. 내 자소서 역시 자소설이었다. 어쩔 수 없다. 사실만으로 자소서를 써서는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니까. 부풀리고 부풀려서 쓴 자소서도 읽어주는 회사가 별로 없다. 그래도 간혹 읽고 면접 연락을 주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면접 후엔
‘면접 심의결과 아쉽지만 최종 불합격 되었습니다.’
‘면접 진행결과 금번 당사 채용 대상이 되시지 않아 연락드립니다.’
이런 답만 돌아온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회사는 나이 28살의 무경력 신입을 원하지 않으니까.
나의 자소서를 읽어준 회사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돌아오는 월요일, 2시에 면접을 보자고 했다.
돌아온 월요일, 오후 2시. 면접을 보기 위해 더운 여름날 정장을 입고 회사로 향했다. 아주 작은 회사였다. 나한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다. 회사에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다른 문이 있겠지 싶어 회사를 한 바퀴 돌았지만 문은 잠긴 문 그거 하나였다. 잠긴 문 앞에서 서서 채용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점심을 먹으로 밖에 나와있어서요. 금방 들어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0분 정도 지났을까, 트럭 한 대가 회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이 온 건가 싶어 문 안쪽을 기웃거렸다. 트럭을 타고 온 직원이 물건을 옮기다 나를 발견하곤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곧 오실 거예요”
통화를 끝낸 직원이 2층 사무실 문을 열어주면서 말했다. 에어컨까지 틀어준 직원이 나가고 나는 사무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사무실 문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직원들을 기다렸다. 곧 오겠다는 사람들은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처음엔 짜증이 났다. 20분이 넘어가자 짜증을 넘어 화가 나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자 화가 남과 동시에 속상함과 서러움이 밀려왔다. 혼자 긴장에 떨며 기다리는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서러웠고, 이런 내가 너무 초라해서 속상했다.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결국 면접을 보지 않고 회사를 나왔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지금 거기서 혼자 30분을 넘게 기다렸어요. 이게 맞아요?”
“죄송해요, 면접을 깜빡했어요.”
‘면접을 깜빡했다.’ 이 말이 정말 너무 아팠다. 집에 오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났다. 이런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게 너무 화가 났다. 이런 회사 밖에 들어갈 수 없는 내가 너무 싫었다.
매일 구직사이트에 들어갔었다. 매일 이력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렸다. 이날 이후 일주일을 넘게 구직사이트에 들어가지도 이력서를 넣지도 않았다. 더 이상 이력서를 넣고 싶지 않았다. 내 이력서와 자소서를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취업준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2주를 책과 드라마만 보면서 살았다.
2주가 지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취업준비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계속한다면 뭐를 더 해야 할까.’
‘만약 그만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친한 언니의 말.
“나는 네가 취업에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취업해도 지금보다 더 힘들 수도 있잖아. 일이 안 맞아서, 직장 사람들이랑 안 맞아서, 아님 뭐 다른 여러 이유들로도. 그래서 하나도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어. 이게 꽤 재미있고 즐거워.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해주기도 하고. 너도 이런 걸 해봐. 블로그가 됐든, 뭐가 됐든. 네가 좋아하는 걸 너도 한번 해봐. 너무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걸 한번 찾아봐. “
'내가 좋아하는 것'이 말에 떠오른 건 '글쓰기'였다. 중학생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노트에다 쓰기도 하고 교과서 귀퉁이에다 쓰기도 했다. 이마저도 없을 땐 그냥 책상 위에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썼다가 지워버리고는 했다. 이때부터 내 꿈은 작가였다. 사랑받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이 꿈은 잊혀졌다. 주변 친구들이 취업을 하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글 쓰는데 재능이 없었고, 돈 안 되는 이 일을 계속할 자신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취업포기를 생각하니 이 꿈이 다시 떠올랐다.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고, 그래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지만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그래서
취업포기를 고민하는 나는 지금부터 자소설 말고 웹소설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