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는 유월도 반쯤 지나며 어느덧 올해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가슴으로 내리는 슬픔을 삼키며 일상을 회복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중 하나로, 걷는 시간을 이른 아침으로 옮겼다. 물론 더워지는 날씨 탓도 있지만 아침을 좀 일찍 시작하면 그 청량감을 종일 갖고 있을 것 같았다.
지난 주말,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어스름한 새벽을 깨웠다. 아침에 걷기는 틀렸구나 싶었다. 바람에 실려 들어오는 한기를 막으려 창을 닫고 다시 잠이 들었다 깨니, 아침 햇살이 환했다. 새벽의 요란함을 뒤로 한 채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서둘러 산책길을 나섰다.
비에 젖었던 솔밭은 짙은 솔 향을 뿜으며 나를 반겼다. 더 검고 짙은 색의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기둥 사이로 잰 걸음을 옮겼다. 그때 송정 해변에서 만났던 예쁜 풍경들.
내가 걷는 코스를 따라 곳곳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풍선을 불고, 주위를 장식하고, 작은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놓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일까? 다가 가서 무엇을 준비하느냐고 물었다. 강릉 시내에 있는 율곡 초등학교의 월례 이벤트라고 한다. 학부모 회가 준비하고, 신청한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걷기대회. 5개의 구간을 만들어 걷고, 구간 마다 작은 게임을 하며 상품도 준다. 체력단련도 하고 주말을 가족과 함께 하는 이벤트. 1-3학년 저학년 과 4-6학년 고학년으로 나뉜 구간도 있었다. 함께 모여 준비하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할 그 시간이 상상이 되었다.
눈을 돌리면 잔잔한 파도가 치는 바다의 매일 달라지는 바다의 얼굴을 만나며...
눈 앞의 넓은 백사장, 세월의 물결에 달아진 조개 껍질들을 주우며...
물기를 잔뜩 안은 솔 숲으로 난 작은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만의 세계...
그런 동심을 만들어주는 젊은 엄마와 아빠...
따뜻한 미소를 더해 주는 나 같은 사람들...
이것이 주말 아침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다른 날 보다 좀 길게 걷고 돌아오는 길. 그 이벤트가 시작할 시간인 오전 10시. 아이들은 삼삼오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온다. 등록을 마친 아이들은 이름 표를 목에 걸고 출발 지점에 모인다.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의 마음이 되어본다.
이 작은 이벤트가 체력 단련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만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고, 솔 숲이 있고, 솔 향과 어우러지는 바다 내음이 있고, 이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먼 수평선을 따라 가는 행복이 있음을 아이들을 알게 되겠지.
주말 오전, 바닷가 솔 숲 사이에 가득했던 행복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퍼진다. 그 포근한 길 안에 나도 함께 한다. 감정의 업 앤 다운이 너무 심한 요즈음, 내 마음의 평화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