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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Oct 15. 2023

17. 슬로베니아에 들리다

알프스의 눈동자, 사랑스러운 도시


유럽사람들조차도 혼동하는 나라, 슬로바키아와 슬로베니아(Slovenia). 오늘은 슬로베니아에 가는 날이다.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어 수도, 류블랴나(Ljubljana)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공화국이다. 오늘 가이드는 젊은 여성. 3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는데 출근길에 엄마 집에 데려주고 가이드일이 끝나면 아기를 픽업해 돌아간다는 여자. 우리나라의 맞벌이 여성과 비슷하다. 오늘도 다른 팀이 있다. 영국에서 왔다는 젊은 여자 2명. 그들도 일하는 엄마의 고충을 잘 이해한다는 듯, 셋은 육아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우리들도 겪어 봤던 이야기지만 거들 수는 없었다. 이 가이드도 ‘티토’ 시절의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동유럽을 오랫동안 지배했던 유고슬라비아와 그들로부터 독립한 대부분 나라들이 그 옛날의 사회주의적 문화와 경제를 그리워하고 있는 듯했다.


류블랴나는  슬라브어로 ‘사랑스럽다’라는 뜻이란다. 그래서인지 도시는 작고 사랑스러웠다. 작은 강이 도시의 중심에 흐르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강에 비해 턱없이 작았다. 강을 사이에 둔 다리 중 하나가 드래건 다리(Dragon bridge). 용 모양의 조각이 다리 입구 4곳에 조각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 중 이아손이 용을 무찌르고 이곳에 도시를 세우며 자신이 용과 싸워서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 다리를 세웠다나. 용은 동양에서는 영험한 동물이지만 서양에서는 물리쳐야 할 악귀로  여긴다. 악귀를 물리친 기념비적 다리, 그 중간쯤엔 그리핀이라는 동상이 서 있다.  그리핀은 전설의 동물로 얼굴은 독수리모양이고 몸은 사자처럼 생긴 것이다. 이 강과 다리를 지키는 파수꾼쯤으로 여겨진단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 류블랴니차 강(Ljubljanica River)을 사이에 두고 도시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구분된다. 강변에는 노천 음식점과 작은 소품 등을 파는 노점상이 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또 다른 다리가 나오는데 3개의 다리가 한 곳에 모이는 삼중교(Triple Bridge)를 만날 수 있고, 이 다리를 지나면 분홍색 성당인 프란체스카 성당도 만날 수 있다.

그다음 만나는 다리가 도살자의 다리(Butcher’s Bridge)이다. 예전에 그 근처에 정육점들이 많아 붙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좀 더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류블랴나 구시가지 광장인 메스티니 광장(Mestni Trg)이 나오고 시계탑도 있다. 이어 류블랴나 대성당(  Ljubljana  Cathedral)을 만날 수 있다. 1701년에 착공하여 1706년에 완공한 류블랴나 대성당은 녹색 돔과 트윈타워로 특징지어진다. 청동 문이 인상 적이었고 이 정문은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방문을 기념해 새로 만들어진 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시내를 기웃거리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 주어진 시간은 45분. 재래시장에서 산 과일과 노천 음식점에서 수프처럼 생긴 것과 생선 튀김, 통돼지 구이들을 샀다. 급하게 현지음식을 노천에서 시끄러운 롹음악을 들으며 맛볼 수 있었다.

점심 식사 후, 가이드와 다시 만나기로 한 장소는 신시가지, 어느 호텔 옆이다. 부지런히 걸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다음 갈 곳은 블레드 호수(Bled Lake). 호수는 알프스의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주민들이 이호수를 ‘알프스의 눈동자’라고 부른다. 그렇게 맑고 깨끗하고, 차갑다는 뜻이란다.  주민들은 수영을 즐기고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는 평화로운 유원지였다. 멀리 호수 안쪽에 섬이 보인다. 작은 섬 안에는 성모승천 성당이 있다. 호수 안의 섬과 성당의 첨탑과 이어지는 작은 숲이 어우러지며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 가이드가 미리 예약해 둔 나룻배를 탄다. 이태리 아저씨 같이 생긴 뱃사공이 노를 저으며 이태리 가곡 한 곡조 뽑을 것 같았지만 노를 젓기에 여념이 없다. 이 작은 나룻배들은 동네 주민만 소유를 할 수 있고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사업도 할 수 있단다. 주민들의 경제를 위한 배려인 것 같았다.


배에서 내리자 4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맑은 호수 옆으로 언덕을 오른다. 성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했다. 입장료를 내면 첨탑과 작은 박물관, 본당을 볼 수 있다. 티켓을 구매해 들어가자 성당 안의 제대는 금장이었고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화려하다. 그 앞에 두꺼운 밧줄을 잡아당기면 종이 울린다. 그 줄을 잡아당기면서 소원을 빈다고 하는데 남편과 나도 힘껏 줄을 잡아당기며 마음속 소원을 빌어 본다.  입구에 놓여 있던 방명록. ‘덴버에서 대광고등학교와 대강여고가 다녀갑니다’라고 적었다. 우리 와이프 들은 스스로를 대강여고라고 부르고 있어서… 옆에는 본당과 이어진 첨탑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섬의 풍경과 호수,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조각배로 돌아왔다. 가이드는 멀리 보이는 성을 가리키며 그곳을 가야 한단다. 서둘러 길을 떠나고, 성에 도착했다. 성 밖을 한 바퀴 돌고 성 안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밖의 풍경을 몇 장 담는 것으로 슬로베니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 시간 반 만에 자그레브의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쉬었다가 엊그제 못 갔던 노천카페를 찾아가기로 했다. 맥주 한잔 하면서 아쉬운 크로아티아와의 작별을 고해야 한다. 밤이 내린 반 엘라치치 광장을 지나 카톨거리의 한 곳을 찾았다. 맥주를 마시며 다음 일정을 점검한다.


내일 아침은 7시 반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이태리의 베니스로 향한다. 6시간 반의 긴 여정. 에너지를 좀 축척해야 할 것 같아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온다.  어둠 속에서도 건물마다 그려져 있던 그래피티가 눈에 띈다. 그래피티 화가의 기량, 누구는 예술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들에겐 거슬리는 지저분함이다. 몇 년 전 크로아티아 지진으로 많은 건물들이 훼손되었고 아직도 재건축 중이라 그 모습들을 좀 가리기 위해 그래피티가 유행했다고 하지만, 내 눈엔 그래피티 때문에 망가진 건물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크로아티아가, 자그레브가 방문객에게 전하는 예술이라면 또 그렇게 인정을 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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