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깊다고, 살아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다고
천상병은 노래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깊다고,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러니 바람아 씽씽 불라고.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삶을 아름답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아 좋다,‘ ‘오늘도 즐거웠다.’는 말이 입에 배어 있는 사람들. 잘 만족하고 어떻게든 좋았던 점을 찾아내는 사람들. 저게 행복의 비결인가 싶어 어떻게 가능한지 분석도 해보고 따라 해보려고 해 보지만 천성은 못 따라가는 것 같다(그냥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걸 어떻게 하냐는 반응이다).
천상병 시인 또한 그런 분이 아니셨을까 싶다. 누명과 전기고문 등 온갖 수난을 겪고도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겠다는 <귀천>을 쓴 시인.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라고 선언하는 <행복>이라는 시 역시 그의 낙천적인 성격을 반증한다. 아내 덕분에 행복하다는 내용에 찾아보니 부인 문순옥 여사 역시 비범한 분이셨다. 천 시인이 옥고를 치르고 정신병원에 수용된 와중에 행방불명으로 오해를 받아 유고시집이 나오는 등 온갖 불운 속에서도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2주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문여사는 남편을 ‘순수한 삶을 살다 간 아이 같은 시인‘이라고 표현했다.
김진영 작가 역시 죽음의 문턱 앞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자 노력했다. 언뜻 보기에는 거의 초자연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긍정과 낙관이 어찌 보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살아야 하는 인생, 낙관을 연습하는 것 만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많아 불안장애가 생기고, 마음이 지쳐서 우울이 생기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더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현세를 ‘소풍’처럼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