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도 다들 불행해요“
선생님이 전수해 준 문장 중 나의 안전장치로 자리매김한 단 하나의 문장은 “세상 사람들도 다들 불행해요”였다. 이때부터 나는 이 문장을 하루에 한 번쯤은 되뇌게 됐는데 스스로가 남의 불행을 먹고사는 전설적인 요괴 따위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
-오지윤, <작고 기특한 불행>-
주변 사람이 다 나보다 행복하고 안정되어 보여 우울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모두 불행하다는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일종의 연대감을 준다. 너만 특별히 힘든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불쌍한 존재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 씁쓸한 위안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드는 것은 작가가 말한 묘한 죄책감이다. 남들의 불행이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은 지나친 결벽증일까? 때로는 내가 남들과 비교를 안 하면 되지 굳이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끌어들여 정신승리를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극복하기 힘들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남도 불행하다는 것이 내가 불행한 것에 위안이 안될 때도 있다. ‘나 힘들어’라고 이야기했는데 ‘나도 힘들거든’이라는 대답이 위로가 안 되는 것처럼. 남들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 불행이 갑자기 감소된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안이 합리화될 수 있는 이유는 불행을 나누는 일이 주는 행복감에 있을지도 모른다. 불행을 공유하면서 우리 다 같이 더 힘을 내자고 응원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남의 불행도 행복도 내가 함부로 가늠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기억할 때 오히려 진정한 연민과 이해가 가능해질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