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재택근무)
지금 생각해 보면 재택이 아니었음 레체와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었을까 싶다.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과 불안은 물론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지만 덕분에 집에서 일하며 레체와 양질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자 행복이었다.
레체는 정말 착한 강아지여서 내가 일하면 조용히 누워서 기다리는 강아지였다. 가끔 “감사합니다~”하고 회의 끝나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꼬리 치며 놀 준비를 했다(그때부터 혹시 우리 개가 천재가 아닌가 했다). 그러다 다시 회의가 이어지면 또 조용히 누워 기다렸다. 참다 참다못해 너무 지루하면 책상에 손을 올리며 놀아달라는 표시를 했고 그래도 거절당하면 또 기다렸다. 기다림의 화신이 된 레체가 고맙고 기특해서 그 대신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주변을 산책하러 나갔다. 항상 하네스를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낭이가 있곤 했지만 나가면 냄새 맞고 활짝 웃는 레체는 집에 돌아가는 걸음은 더더욱 가볍고 경쾌했다.
우리 레체와 함께했기에 더욱 구석구석 추억이 쌓인 집구석구석, 매일매일 함께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집 근처, 그리고 내 발치에서 자는 레체와의 동침은 꿀맛을 넘어 영혼의 안식처였다.
너와 함께였기에 견딜 수 있었고 너와 함께였기에 나도 더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