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준비하는 마음
레체가 크류에 합류해서 우리에게 가져다준 행복과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지만 영화를 많이 보고 자란 나에게는 그럴수록 순간순간 엄습해 오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 행복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나는 이 아이가 없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까. 가는데 순서 없다지만 일반 통계적인 수명을 생각해 볼 때 나보다 먼저 떠날 가능성이 더 높은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의 이런 비관적인 생각과 더불어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들로 인해 반추하게 되는 점도 있었다. 다들 레체 이야기를 하면 너무 부럽고 좋아 보인다고 하다가도 “그런데 저는 나중에 떠나보낼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들어서요,” “먼저 가야 할 텐데 그럼 슬퍼서 어떡해요.”라며 정작 본인은 반려동물을 맞이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나 또한 미리 상상하며 울적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미리 준비해야 덜 아프지 않겠냐고 동거인에게 장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며 설레발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찜찜함과 슬픔이 싹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을 좀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이 또한 레체 덕분이었다. 레체가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은 내가 아플까 상처받을까 두려워 몸을 사리던 내 마음을 녹여버렸다. 레체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후회를 덜 남기는 길임을, 헤어질까 무서워 사랑을 시작도 못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덤덤하게 말할 수 있어도 정말 그 상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 닥친다면 너무나 슬프고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이런 천사를 남기고 먼저 가는 것보다 내가 뒤를 봐주는 쪽은 택하겠다. 나는 레체가 떠났다는 걸 알지만 레체는 내가 떠났다는 것을 알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이 작은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내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살겠다.
최근 팬텀싱어에 나와 회자된 양희은, 아스트로 비츠의 ‘슬픔 이젠 안녕’의 가사를 음미하며 잠자는 레체의 들숨 날숨에 감사한다.
아파도 헤어져도 괜찮아
이젠 제대로 사랑할 거야
언젠가 사랑을 만나면
용기 내어 시작할 거야
https://youtu.be/YZhP4PJbP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