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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Dec 31. 2021

C 대 부속 유치원 2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갈까?”

 

 5살 아들은 아침마다 유치원에 자기가 입고 갈 옷을 고르느라 바쁘다. 전날 준비해 둬도 되지만 내 버려뒀다. 단지 날씨에 따라 입고 가야 할 옷이 다르기에 적당히 3벌 정도 펼쳐 놓고 고르게 했다. 그러면 바지랑 윗도리를 착착 찾아서 입고, 가끔 모자도 쓴다. 신발은 2켤레 정도 있어서 바꿔가며 신었다. 갑자기 추워져 외투를 입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얇은 점퍼를 입는단다. 시간도 없고, 잔소리하려다 말았다. 어쨌거나 아들은 유치원 노란 버스가 오기 전까지 아침밥도 먹고, 옷도 적당히 맘에 들어하며 가게 되었다. 정류장에는 같은 유치원 무리가 저 멀리 보이는 노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한 명 빠진 것도 같은데, 버스가 도착해 버리는 바람에 아들을 태우고 있으려니까,

 

 “저기요! 우리 민서도 태워 주세요.”


라며 민서랑 할머님이 달려오신다. 친절한 버스 아저씨는 기다려 주셨고, 민서는 겨우 버스를 잡아탔다. 배웅 나온 엄마들의 눈은 모두 민서의 신발로 향했다. 그날은 쌀쌀한 12월 겨울 날씨였음에도 민서는 양말도 안 신고 샌들에, 옷도 얇게 입고 온 것이다. 버스가 떠나자 할머님은 속상해하며,

 “민서가 꼭 저 샌들을 신고 간다고 고집을 부려요. 옷도 꼭 자기가 고른다고 하는데 저렇게 얇은 레이스 치마를 골랐네요. 싸우다가 이렇게 늦었어요. 엄마하고도 어제 말 잘 듣는다고 얘기했는데 오늘 또 그러네요.”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서 엄마들은,


 “그러게요. 아마 유치원에 가서 춥다고 느끼면 안 그러겠지요.”


 “우리 아이도 내 버려뒀어요. 잔소리하다 저도 늦을 뻔했다니까요.”

 

내 말이 끝나자 선배 지훈이 엄마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선택하는 연습을 시키는 거래요. 그냥 두고 보시면 돼요.”

 

 “맞아요. 아이들에게 아침에 옷을 고르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혼자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동참해서 하니까요. 색을 고르며 색감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친구들의 옷을 보며 자신의 옷을 고칠 수 있죠.”


 “저는 그냥 제가 골라 주는데, 조금씩 ‘선택’하게 해 봐야겠어요.”

 

 노란 버스가 아득히 먼 요술나라로 떠난 것처럼, 정류장에서 엄마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 침묵이 오자, 각자의 방향을 찾아 흩어졌다. 지훈이 엄마와는 다음 주 이마트에 가기로 했기에, 오늘은 각자 눈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이 엄마가 처음부터 친절한 것은 아니다. 친하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 그런데 한번 알고 나면 이렇게 잘 챙겨준다. 나한테도 그렇고, 손녀의 육아를 힘들어하는 할머님한테도 오해 없이 설명해 주지 않나. 사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해서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본인은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언제나 바른 잔소리를 해주어 믿음이 가는 분으로 기억된다. 할머님이 너그러워지자, 그날 이후부터 민서는 조금씩 고집을 부리지 않게 되었다.  

 

 그때 선택의 경험으로 아이들은 달라졌을까?

 

 경험의 부피와 양을 따져 정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침에 입을 옷이라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아이나 부모에게도 알아가는 시간을 주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고, 중간에서 부모가 도와주며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음에는 더 확신하고 정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믿는 자신감도 생기게 되리라 믿는다. 

 

 추운 날 샌들을 신은 민서나, 얇은 점퍼를 입고 간 아들은 유치원에 가서 다른 친구나 선생님의 표정을 통해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어리지만 자기가 진다. 발이 시리거나 추위를 겪게 되고, 그러면서 다음에는 누가 뭐라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느껴서 겨울에는 따뜻한 옷을, 여름에는 시원한 옷을 고를 것이다. 더 나아가 색의 조화에도 신경을 쓸 것이고, 어릴 때 길러진 이 경험은 값진 것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  2021년, 읽어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022년 새해에도 함께 성장해 가는 May가 되겠습니다. 

     새해에도 행복하시고 정겨운 작품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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