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작
바둑 한 판으로 최석정이 사람이 아닌 존재라고 느낀 박율은 바둑판을 물린 후 0과 1의 괘로만 새로운 생명과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발상을 설명해 나가기 시작한다.
☰ (1,1,1) ☱ (1,1,0) ☲ (1,0,1) ☳ (1,0,0) ☴ (0,1,1) ☵ (0,1,0) ☶ (0,0,1) ☷ (0,0,0) 각 괘를 이용해서 주역의 체계에서도 모든 참 명제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과 자기 자신의 증명 가능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박율은 이는 곧 진리를 완전히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불완전성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괴델의 불완전성정리Gödel's incompleteness theorems)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또 때로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시선과 미소로 응답하며 경청하던 최석정은 박율에게 우주의 근본 원리인 0과 1로 이루어진 '수'가 '이(理)'라고 했을 때 그 숫자들이 모이고 흩어져서 어떻게 '기(氣)'로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아느냐고 묻는다.
최석정의 질문에 박율은 솔직하게 대꾸한다. 아직 그 방법을 찾을 순 없었지만 분명 그러한 '장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한다.
최석정은 "숫자를 더하고 뺄 수 있는 주판이 무한하게 늘어서서 단계별로 내용을 읽고 쓸 수 있는 자동화된 기계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과 함께 최석정 자신이 보기엔 250여 년 전 사람의 힘을 빌려야 했던 물시계를 개량해, 더욱 정밀하게 자동화한 장영실의 발명품 자격루(自擊漏)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한다.
최석정은 박율이 궁궐 안으로 들어가 자격루(自擊漏)의 실체를 직접 보기는 어려울 테니 자동 시보 장치의 작동 원리가 상세하게 적혀 있는 보루각기(報漏閣記)를 참고하라며 서책을 선물로 내준다.
귀하디귀한 보루각기(報漏閣記)를 받아 든 박율은 감동의 물결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도가 치면서 산 넘고 물 건너 한강을 건너서 뗏목을 타고 가다 뒤집혀서 나룻배를 타고 가는데 나룻배가 뒤집혀서 그냥 막 헤엄치면서 서서서~ 이곳까지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있다고 느낀다.
감사와 감동이 뒤범벅된 왕만두만 한 눈물을 뚝뚝 흘려 대던 박율은 자신이 집필한 산학본원(算學本原) 서문을 써 줄 것을 부탁한 후 정승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