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
박율이 한성을 벗어나 경기도 과천군 상북면 사당리(지금의 사당동 이수 교차로)에 있던 궐리사(闕里祠 공자의 사당) 앞을 지나칠 때였다. 나루터로 향하는 번화가에는 오가는 행인들 사이로 울릉도 호박엿 엿장수가 엿가위 장단에 맞춰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거다 저거다 말씀 마시고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길 잡고
인천 앞바다에 막걸리가 떴어도 사발이 없으면 못 마십니다~
산에산에산에산에 산토끼야~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 가느냐?!
아, 애들은 가~!
남쪽 지방에서 과거를 치러 오는 선비들이 시험에 합격하게 해 달라고 절을 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잠시 옛 추억에 잠겼던 박율은 사당 홍살문에 합격을 기원하는 엿가락에 붙어 있던 부적을 발견하고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어렴풋한 영감(靈感)에 사로잡힌다.
박율은 뭔가 계시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으나 그 영감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뭔지는 잘 알지를 못했다. 박율은 변비 난 놈 똥 누듯 한참을 끙끙대며 조금 전 떠올린 착상의 실체가 무언지 곰곰 되작되작 되짚어 보며 고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