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묘미
"아빠, 지금 늦게 가는 바늘이 어디에 와 있어?"
빛이가 시계의 큰바늘과 작은바늘을 배우면서 시간 개념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빛이는 시침을 '늦게 가는 바늘', 분침을 '빨리 가는 바늘'이라 부른다.
무작정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것보다 시계를 이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육아 선배들의 조언을 이제 나도 현실에 적용해 본다.
"빛이야, 늦게 가는 바늘이 9에 갔어.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얼른 준비해."
"어차피 아침 간식은 늦게 가는 바늘이 10에 가면 먹으니까 괜찮아.”
"오늘 금요일이니까 빛이가 좋아하는 체육선생님 오시는 날이잖아. 빨리 가야지!"
"어차피 체육은 늦게 가는 바늘이 점심 먹고 나서 해."
이 영악한 다섯 살 꼬마는 이미 어린이집 일정을 모두 꿰고 있다. 시계를 이용하면 도대체 어느 부분이 효과적인 건지 모르겠다.
잠들 때도 별반 다르진 않다.
“아빠,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해줘.”
“늦게 가는 바늘이 9에 갔어. 이제 잘 시간이야.”
“괜찮아. 그래도 해줘.”
아무리 시간을 알려줘도 본인은 괜찮다고 한다.
인생의 시곗바늘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 자신만의 때가 있으니까.
마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처럼,
어떤 때는 빨리 달리는 토끼바늘(분침)이 바위에서 잠든 것처럼 안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잠깐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느림보 거북바늘(시침)이 어느새 기상시간에 도달해 있다.
시간이라는 게 참 재밌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모두가 다르게 느끼고, 저마다 다르게 사용한다. 각 사람마다 시간의 밀도가 다르고, 인생의 시기마다도 그렇다.
이것이 시간의 묘미 아닐까.
아. 그나저나 벌써 하원시간이네. 저 '늦게 가는 바늘'은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만 하면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건지.
오늘로써 '다섯 살, 빛나는 말풍선' 1편의 막을 내립니다. 꾸준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섯 살, 빛나는 말풍선 2편'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