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얻는 지혜
빛이가 가끔 먹는 '젤리스트로우'라는 간식이 있다. 게맛살처럼 생긴 길쭉한 비닐에 든 우뭇가사리 젤리다.
"아빠, 이것 좀 까 줘."
밀봉된 비닐 끝에 약간의 칼집이 나 있어 아이들도 쉽게 뜯을 수 있는데 오늘따라 빛이가 비닐을 뜯어달라 한다. 하지만 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지독하게 돕지 않는 아빠다.
"너 혼자 할 수 있잖아. 해 봐."
"해 봤는데 안 돼. 안 까져."
'이게 왜 안 돼?'라는 말을 목구멍에 장착하고 비닐을 찢는데, 진짜 안 된다. 온 힘을 다해 비틀어봐도 안 찢긴다. 불량이다. 칼집이 없다. 결국 가위를 들었다. 그 와중에 다 안 자르고 흠만 냈다.
"자, 이제 다시 해 봐."
빛이는 쉽게 비닐을 찢어 젤리를 먹었다. 빛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 같지만, 가위를 씻기 싫은 마음이 더 컸던 건 안 비밀.
사람도 '젤리스트로우'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너무 흠 없이 완벽하면 속을 알기가 어렵다. 쉽게 다가갈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된 건, 그런 사람들도 '완벽한 척'하느라 참 힘들게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약간의 흠만 있으면 마음이 쉽게 열린다. 학교에서도 공부 잘하고 똑똑해 보이는 아이보다, 약간 어수룩하고 허술한 아이에게 친구들이 몰리지 않는가. 조금은 어설퍼도 진실된 모습이 사람을 당긴다. 약점을 드러내면 인간미를 얻는다.
내 삶의 작은 실수나 허점을 꽁꽁 싸매지 않는 것, 그대로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도 마음을 얻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