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다물어야 할 때

고통의 유익

by 윤슬기

아이를 재우는 일은 늘 쉽지 않다.


특히나 어금니가 살을 뚫고 나오는 시기의 아이는 더욱 그렇다. 요즘 2살 하늘이가 잠을 안 잔다. 한 시간은 안고 재워야 겨우 눕힐 수 있다.


오늘도 한 시간 만에 하늘이를 조심스레 눕힌다. 그러나, 치아 때문에 예민해진 아이는 입에 손을 넣고 울며 깨어난다. 다시 한 시간 시작이다.


허탈하고 피곤하다. 하늘이를 안고 있는데 입이 찢어져라 하품이 나온다. 첫째 빛이가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아빠, 졸린데 하늘이 때문에 잠을 못 자?"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퍽'


순식간에 빛이의 손바닥이 하늘이의 얼굴을 강타했다. 하늘이의 목청 터지는 울음과 함께 밤은 더 길어진다.


'빛이야, 아빠를 사랑해서 그런 거 맞지?'


이제 하품이 나오면 이를 악물고 삼킨다.




난 농구광이다.


아니, 농구광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아이가 있으니 농구를 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발목이나 허리, 손가락이라도 다치면 육아에 치명적이라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최근에 기회가 생겨 나름 몸을 사리며 뛰었다. 난 조심한다고 뛰었지만, 점프를 하다가 내려오면서 상대편 선수에게 엄지발가락을 밟혔다. 집에 와 보니, 발톱이 새까맣다. 조만간 빠지겠다.


'차라리 시원하게 빠지면 좋을 텐데.'


엄지발톱이 80%만 빠졌다. 20%가 그대로 붙어서 덜렁거린다. 발톱이 위로 들릴 때마다 굉장한 고통이 찾아온다. 그래서 평소엔 밴드로 고정했다가 씻을 때만 푼다.


밤에 씻고 잘 준비를 마쳤다. 오늘도 하늘이를 안고 씨름하다가 눕히는데 무릎 꿇고 앉는 과정에서 발톱이 뒤집혔다. 놀라운 고통이 찾아온다. 눈물이 나는데 하늘이가 깰까 봐 소리를 지를 수가 없다.


실패하면 또 한 시간이다. 입술을 앙다물고 하늘이를 눕히는 데 다행히 성공했다. 나와서 확인해 보니 뒤집힌 발톱 사이엔 피가 맺히고,엔 눈물이 맺혔다.


미래에 다가올 '아는 고통'을 막기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아내는 인간의 인내력에 스스로 놀란다. 고통의 경험이 오늘의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준다.




아무래도 발톱이 뒤집힐 때 하늘이를 내려놓으면서 허리를 삐끗한 것 같다.


허리가 아프니 함부로 허리를 굽히지도 않고, 배와 엉덩이에 힘을 '빡' 주고 산다. 운전할 때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세를 바로 했더니 빛이가 뒤에서 한마디 한다.


"아빠, 요즘 키가 좀 컸다? 그치?"


아픈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 아프면서 삶을 바로 잡고, 아프면서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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