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것들
빛이가 어디서 '고약해'라는 말을 배웠나 보다. 예문 만들어 오는 숙제라도 하듯 기회만 되면 '고약해'를 써먹는다.
길에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를 보면,
"냄새가 고약해!"
안개가 가득 낀 날이면,
"하늘이 왜 이렇게 고약해?"
소나기가 퍼붓는 날엔,
"날씨가 고약하네?"
차를 타고 가는 길이 울퉁불퉁하면,
"바닥이 아주 고약해!"
아침엔 뿌연 유리창을 빤히 바라보더니,
"미세먼지 많아서 창문이 고약해!"
참 고약할 것도 많다. 그래도 이 단어를 사람에게 쓰지 않아 참 다행이다. 사실 요즘 빛이에겐 하늘이가 참 '고약한' 존재일 법도 한데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2살 동생 녀석은 언니의 그림을 망치고, 언니가 색종이를 접어 만든 작품을 찢고, 언니가 쌓아 올린 블록을 무너뜨리고, 언니가 완성시킨 퍼즐을 뜯어먹는다.
오늘도 빛이는 하늘이에게 치이고 와서 분통이 터지는 얼굴로 씩씩대며 묻는다.
"엄마아빠가 보기엔 하늘이가 나빠?"
하아. 편은 들어주고 싶은데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고.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이럴 땐 되물을 수밖에.
"빛이 생각은 어떤데? 하늘이가 나빠?"
눈물이 떨어질 듯 말 듯 몇 초간 고민하던 빛이는 결국 어렵게 한마디를 내뱉는다.
"음...... 너무해!"
그 속상한 마음에도 마지막까지 동생을 지켜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