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삶
난 집에서 물을 마실 때 컵에 절대 입을 대지 않는다. 귀찮은 설거지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함이다. 빛이가 묻는다.
"아빠는 왜 썼던 컵을 안 씻고 그냥 올려놔?"
아이가 혹시나 똑같이 따라 할까 봐, 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며 잘 설명한다.
"빛이야, 잘 봐. 아빠는 물을 마실 때 이렇게 입을 안 대고 마시거든? 컵을 씻을 때 원래 물로 씻는데, 이렇게 하면 물만 닿은 거니까 또 안 씻어도 되겠지? 그래서 그냥 올려두는 거야."
썼던 컵을 다시 건조대에 올려두는 걸 따라 하지 말라고 기껏 보여준 건데, 이 효녀는 컵에 입을 안 대고 물 마시기를 따라 한다. 심지어 머그컵으로.
"하지 마아. 그걸 왜 따라 해."
불안한 마음에 빛이를 말려보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의 손에서 미끄러진 머그컵은 바닥으로 '뚝' 떨어지며 손잡이가 '뚝' 부러졌다. 순간 열이 받는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낸다.
"너 압빠가 하지 말라고..."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빛이가 해맑은 얼굴로 내 말을 가로챈다.
"와아. 다행히 머그컵이 손잡이만 깨졌네?"
다행히? '다행히'라고? 어이가 없지만 놀랍게도 화가 누그러진다. 이 긍정적인 아이에게 무슨 말을 더 할까.
'안 다쳤으면 됐지.'
'저렇게 긍정적으로 살면 됐지.'
'세상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으면 됐지.'
감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