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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신발

바뀌면 안 돼?

by 윤슬기

하원시간.


유치원 앞에서 빛이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현관 유리 안쪽으로 신발을 갈아 신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입에는 오늘도 하고 싶은 말을 가득 담고 있는 것 같다.


"아빠!"


계속 넣는 바람에 풍선 터지듯, 빛이는 문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입 안 가득 찼던 말을 터뜨린다.


"오늘 주아랑 나랑 신발이 똑같았어! 같은 신발인데 크기까지 똑같았어! 엄청 신기하지?"


맞춘 것도 아닌데 같은 반 단짝친구와 똑같은 신발을 신고 온 사실이 이 아이에겐 오늘의 가장 특별한, 아주 기분 좋은 사건이다. 신나게 말을 쏟아내는 아이를 보면 아빠는 늘 장난이 치고 싶다.


"어어? 그럼 혹시 둘이 바꿔 신고 온 거 아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으며 쏘아붙이는 아빠를 보며 빛이도 발끈한다.


"아니야아!"


그런데 빛이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아빠. 근데 신발이 모양이랑 크기까지 똑같으면 바꿔 신어도 되는 거 아냐?"




맞네. 빛이 네 말이 맞아.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어차피 세상 모든 건 다 빌려 쓰고 가는 거야.

'네 것', '내 것', 너무 구분 짓고 움켜쥘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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