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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수 없을 때

햇빛과 그늘 사이

by 윤슬기

봄이라지만 아직은 약간 쌀쌀한 3월의 아침.


"빛이야, 유치원 갈 시간 됐는데?"


아침에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가 빛이에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아직 이불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은 빛이는 늘어지는 말투로 최대한 시간을 끈다.


"아빠, 내가 눈을 뜰 수는 있겠는데 일어날 수는 없겠어."


이렇게 말하는 아이를 억지로 깨울 부모가 몇이나 될까. 아주 논리적인 것 같진 않은데 쉽게 설득당했다.


"그럼 좀 더 누워 있어."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좀 더 눕고 싶을 때가 있고, 지쳐서 쉬고 싶은 시기도 있다. 그럴 땐 조금만 더 누워서 쉬면 된다. 권투선수도 다운이 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10초의 여유가 있지 않은가. 그 안에 정신 차리고 일어나면 된다.


살다가 가끔 넘어져도, 잠시 멈추고 쉬어가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잘 쉬고, 잘 회복해서,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조금 전 일어나기 싫었던 아이는 어디 가고, 등원길의 빛이는 신나게 장난치느라 바쁘다.


"아~ 더워!"

"아~ 추워!"

"아~ 더워!"

"아~ 추워!"

"아~ 더워!"

"아~ 추워!"


햇빛과 그늘 경계에서 양쪽을 들락날락 오가는 소리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빛이는 숨이 차는지 햇빛과 그늘 중간에 한 발씩 걸치고 섰다.


"그냥 여기 있어야겠다! 딱 좋네."


아이는 자신에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잘 찾았다.



모든 삶의 균형을 그렇게 잘 이루어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타협하지 않고 한쪽의 입장을 분명히 취할 줄 아는 단단한 마음도 함께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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