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모양보다
빛이의 유치원 첫 현장학습 날.
난 아침 일찍 일어나 처음으로 아이의 점심도시락을 싸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새벽에 잠을 설친 빛이 덕에 나 또한 제대로 못 잤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설렘이 있다.
도시락 메뉴는 웬만해서 실패가 없다는 '유부초밥'. 나름 건강을 생각한 잡곡밥에 참치와 양념을 버무린다. 한입에 먹기 좋게 동글동글 밥을 굴려 유부 속에 쏙 넣고, 특별한 날인 만큼 치즈까지 올렸다. 살살 녹는 치즈가 먹음직도, 보암직도 하다. 혹시나 부족할까 양도 넉넉히 싸고, 빛이가 좋아하는 방울토마토도 따로 준비했다.
아이의 첫 소풍이 기대했던 만큼 행복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빛이 잘 다녀왔어?"
빛이가 유치원 문을 나선다. 활짝 핀 얼굴에 이미 하고 싶은 얘기가 가득 찼다. 첫 현장학습을 잘 마치고 온 빛이를 '꼬옥' 안아주며 평소 절대 들어주지 않는 가방을 내가 들었다. 무게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가볍다.
"가방이 가볍네? 도시락 잘 먹었어?"
"응! 다 먹었어!"
가방을 열어 보니 진짜 도시락통이 텅 비었다.
"이걸 혼자 다 먹은 거야?”
"응! 엄청 맛있었어!"
상당히 많은 양이었는데 저 작은 배에 어디로 다 들어갔는지. 어쨌든 잘 먹었다니 뿌듯하다. 피로가 싹 가신다. 어깨가 한껏 올라갈 때쯤 빛이가 한마디를 덧붙인다.
"아빠, 근데 다미 엄마는 도시락을 엄청 예쁘게 싸더라?”
이런.
빛이야, 아빤 그 정도면 최선을 다했어. 그보다 더 예쁘게 싸려고 연습하지 않을 거야. 그럼 또 친구들이 나중에 집에 가서 자기 엄마한테 말하겠지.
‘엄마, 빛이 아빠는 도시락을 엄청 예쁘게 싸더라?’
아빠 도시락의 핵심포인트는, '예쁜 모양'보다 선천적으로 잠이 좀 더 필요한 엄마를 아침 일찍 깨우지 않는 '예쁜 마음'이 가득 담겼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