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공동육아
두 아이들을 씻기고 나왔다.
스스로 로션을 바르고 속옷과 잠옷을 찾아 입는 6살 첫째와 달리, 둘째 녀석은 기저귀도 안 입겠다고 도망 다니는 중이다.
이제 두 돌이 막 지난 둘째는 순한 듯하면서도 고집이 세다. 힘은 더 세다. 내가 아무리 붙잡고 기저귀를 들이대도 마치 자전거를 타듯 양발을 번갈아가며 기저귀를 차 낸다. 곧 죽어도 안 입을 기세다. 결국 포기하고 첫째 빛이에게 하소연한다.
"빛이야, 쟤 자꾸 기저귀 안 입는데 어떻게 해야 돼?"
"잠깐만."
빛이는 조용히 둘째 하늘이에게 다가가 묻는다.
"하느라? 너 기저귀 안 입을 거야?"
"응!"
하늘인 눈에 힘을 주고 입을 앙다물며 화난 얼굴로 나름의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자 빛이가 아주 해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하늘이의 눈을 마주치며 다시 묻는다.
"그러다 너 병 걸려어?! 병 걸리고 시퍼여?"
하늘인 언니가 들고 있는 기저귀에 스스로 발을 넣는다. 조금 전까지 난리 치던 아이는 없고, 순한 양만 남았다.
하늘이가 또 공기청정기로 다가간다. 떼어놓으면 가고, 떼어놓으면 가고,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꼭 못 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가 보다. (아, 그건 나도 그렇지.)
자꾸 팬이 돌아가는 곳에 손을 넣으려 해서 아예 코드를 뽑았다. 그랬더니 하늘인 뚜껑을 열어 필터를 꺼내는 법까지 터득했다. 먼지가 풀풀 날린다. 보다 못한 빛이가 나섰다.
"하느리~~ 손대지 아나여~~ 언니가 하지 말라고 해써여, 안 해써여? 손 짤리고 시퍼여?"
조곤조곤 말하는데 늘 살벌하다. 하늘인 조용히 공기청정기로부터 등을 돌린다.
하늘이가 우는 법을 배웠다. 정확히 말하면 '눈물을 이용하는 법'이다. 적절히 울고 떼를 쓰면 떡 하나라도 더 나온다는 법칙을 깨달은 거다.
모든 걸 허용하진 않더라도 귀찮아서 어느 정도 들어주는 엄마아빠와 달리, 언니 빛이는 단호하다.
"너 억지로 울지 마. 억지로 울면 눈에 피 나."
집안엔 정적이 흐른다.
첫째도 기껏해야 이제 여섯 살이니 말을 안 들을 때가 많지만, 둘째를 잡을(?) 땐 가장 큰 지원군이다.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