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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칭찬받아야 할 사람

유치원에서 걸려 온 전화

by 윤슬기

휴대전화가 울린다.


유치원 번호다. 일단 약간의 긴장을 하게 된다. 연락이 오는 경우가 그렇게 흔치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연락이 좋은 소식일 확률은 더더욱 낮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아버님. 다름이 아니고요.."


'자랑은 아닌데'라고 시작하는 이야기가 '자랑'이듯, '다름이 아니고요'로 시작하는 얘기는 보통 '다름'이다. 순간 온갖 생각이 스친다. 어디를 다쳤거나, 친구랑 싸웠거나, 아파서 데리러 가야 하거나, 바지에 실수를 했거나 등등.


"네, 선생님. 무슨 일 있나요?"

"저.. 빛이가 아버님께 연락을 드려 달라고 해서요.."


약간 미안해하는 듯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확실히 무슨 문제가 있나 보다. 빛이의 담임선생님은 조금 민망해하는 웃음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빛이가 오늘 점심을 엄청 잘 먹었거든요. 평소에도 잘 먹긴 하는데 오늘은 식판을 깨끗이 다 비워서 선생님들한테 칭찬 많이 받았어요. 이 사실을 아빠한테도 전화해서 꼭 좀 전해달라고 해서 연락드렸어요. 하하. 집에 가면 칭찬 많이 해주세요."


이걸 또 진짜 연락을 해 주시네. 감동이다. 이런 선생님의 사랑 속에 자라 가는 아이들은 진짜 복 받았다.




한편으론 세상 억울하다.


누가 보면 집에서 칭찬을 안 해주는 줄 알겠다. 우리 집만큼 엄마아빠가 칭찬 많이 해주는 집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칭찬받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은 끝이 없다.


빛이야, 이따 집에 오면 유치원에서 밥 잘 먹은 거 많이 칭찬해 줄게. 그런데 오늘은 네 작은 이야기도 흘려듣지 않고 진짜로 전화해 주신 담임선생님의 예쁜 마음을 더 칭찬해주고 싶은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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