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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쟁이 딸

센스란 무엇인가

by 윤슬기

"으악! 똥이네?"


하늘이 기저귀가 빵빵해서 갈아주려 했는데 막상 뜯고 보니 응가까지 했다. 찢어진 기저귀 양 옆을 조심스레 붙들고 하늘이를 안는다. 화장실로 달리며 첫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빛이야, 얼른 화장실 문 좀 열어줄래?"


빛이도 상황의 급박함을 파악했는지 다행히 벌떡 일어나 빠릿빠릿 움직여 준다.


'딸깍'


빛이가 화장실 문을 열며 알아서 불까지 켠다.


"이런 게 바로 센스지~ 고마워!"


빛이에게 짧게 감사를 표하며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하늘이를 다 씻기고 돌아서는데, 빛이가 한 손에 하늘이 엉덩이 닦아 줄 손수건을, 다른 한 손엔 갈아입힐 기저귀를 들고 있다.


"와. 우리 빛이 센스 최고네?!"


빛이가 뿌듯한 표정으로 '씨익' 웃는다. 그리고 묻는다.


“아빠, 근데 센스가 뭐야?”

“응? 어.. 그게.. 뭐냐면.. 감각..”


뇌가 멈췄다. 간단한 질문인데 막상 설명하려니 말문이 막힌다. 뭐라 대답할지 힘차게 머리를 굴려보지만 뜸만 들이고 있다. 답변을 기다리던 빛이가 답답했는지 먼저 입을 연다.


“말 안 해도 잘하는 거?”

“어! 바로 그거야!”


무릎을 탁 쳤다. 이보다 '센스'를 센스 있게 표현하는 답변이 있을까.




빛이야, 세상엔 말만 많고 할일은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도 있어. 우린 말보다 행함으로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자.


센스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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