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뜨거워지는 삶
빛이의 아침 단골 메뉴는 바로 '치즈밥'
접시에 뜨거운 밥을 얇게 펴고, 그 위에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올린 후 전자레인지에 15초 돌리면 끝. 최고 간단하면서도 절대 실패가 없는 무적의 요리가 완성된다.
밥 위로 녹아내리는 치즈가 참 먹음직스럽다. 실제 내가 먹어봐도 진짜 고소하고 맛있다. 아이들 역시 무조건 잘 먹는다. 오히려 너무 빨리 달려드는 게 문제다. 난 오늘도 입버릇처럼 말한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천천히 먹어.”
'응'이라는 영혼 없는 대답과 함께 빛이의 숟가락은 쏜살 같이 치즈밥을 향한다.
“앗, 뜨거!!!!!!”
건성으로 대답할 때부터 알아봤다. 빛이는 숟가락을 입에 넣자마자 뜨겁다며 소리를 질렀다. 쌤통이다. 이 녀석은 불도 만져봐야 뜨거운 줄 알 것 같다.
“조심하라 했잖아! 아빤 항상 다음에 일어날 일을 다 알고 있어. 아빠가 말하면...”
빛이는 내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잇는다.
“아아. 너무 뜨거워서 가슴이 뜨거워지겠어!”
입은 살았다.
말 안 듣는 아이의 말도, 들으면 늘 느끼는 바가 있다.
뜨거운 음식을 급히 먹는 건 안 좋지만, 가슴은 늘 뜨겁게 살아가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에 뜨거운 도전의 불이 옮겨 붙는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