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빛이야, 여기 왜 이래?"
"자전거 타다 그랬나?"
"그럼 이건 뭐야?"
"놀이터에서 넘어진 거 같은데?"
"여기도 있네?"
"그건 모기 물린 거야."
6살 첫째의 다리엔 늘 멍이 수두룩하다. 조금만 더 심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판이다. 매일 놀이터에서 쉼 없이 뛰고, 기어오르고, 매달려 있는 아이가 안 다치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다.
이런 건 보통 아들 키우는 집의 고민이라고 들었는데. 이 아들 같은 딸이 안 쓰고 싶은 내 공감능력을 자꾸 끌어낸다. 그나마 얼굴 쪽을 잘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이마에까지 작은 멍이 들어 있다.
“엇? 여기 이마는 왜 그래? 어디 부딪혔어?”
빛이가 갑자기 멍든 자리를 손으로 때리며 춤을 춘다. 그리고 실실 웃으며 노래로 화답한다.
"나도 자알~ 몰라아~~"
황당하다.
"지금 뭐 해애?"
내 물음에 빛이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노래를 잇는다.
"멍때리고 이써어~~"
아아. 멍을 그런 식으로 때린다고? 참 창의적이네.
멍때림 속에 쉼이 있다.
멍때림 속에 삶의 회복이 있다.
멍때림 속에 창조적인 생각이 나온다.
우리가 진짜 회복해야할 건 '멍'보다 이 '멍때림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빛이야, 아빠도 멍때림이 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