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의 역공
커피가 당긴다.
카페인 때문에 오후엔 커피를 잘 안 마시는 편이나, 가끔 맛있는 라떼가 이렇게 나를 부를 때가 있다. 아무도 내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혼잣말로 합리화의 시동을 건다.
“오늘 이상하게 피곤하네? 커피를 안 마셔서 그런가?”
죄책감까진 아니어도 뭔가 약간 께름칙했던 마음을 그렇게 떨쳐 버리며 커피를 타러 가는데 6살 첫째 딸의 무서운 표정이 나를 가로막는다.
“아빠! 오늘 채소 몇 번 먹었어?!”
“과일은 몇 번 먹었어?!”
“많이 먹었어?!”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쏘아붙이는 빛이의 따발총 질문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진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빛이는 이미 마음에 담아 둔 대답을 신나게 내뱉는다.
“그러니까 피곤하지이~~”
당했다. 뭔가 데자뷔처럼 익숙한 대화다. 화자와 청자만 뒤바뀌었을 뿐. 뭐든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다.
말하기는 쉬워도, 내가 말한 대로 지키며 사는 건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