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병
26개월 된 둘째 하늘이가 언젠가부터 말을 지독하게 안 듣는다. '청개구리병'에 걸린 걸까. 말을 안 들어도 어쩜 이렇게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안 듣는 건지.
요즘은 이런 아이를 씻기는 일도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웬만큼 냄새가 나거나 하지 않으면 그냥 넘기는 편이다. 그러나 약 일주일에 한 번쯤 목욕시킬 타이밍이 찾아온다. 씻기는 에너지보다 하늘이 정수리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참아야 할 에너지가 더 커지는 지금이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부터 비누칠, 샴푸, 헹굼까지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머리 말리기는 진작 포기하고 바람에 맡긴다. 집안에 바람이 불진 않지만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니 금방 마르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로션 바르기. 우선 내 손에 로션을 잔뜩 묻힌다. 도망가는 아이를 붙잡고, 빠져나가고, 다시 붙잡고, 미끄러져 빠져나가기를 몇 번 반복하면 그걸로 끝이다.
기저귀를 입히려면 또 전쟁을 치러야 한다. 바닥에 눕혀 기저귀를 들이대면 하늘인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자전거를 탄다. 딱 때리기 좋게 생긴 등짝이 자꾸 눈에 들어오지만 이를 악물고 이성의 끈을 붙든다.
“하늘아? 여기 기저귀에 사는 뽀로로가 하늘이랑 만나고 싶다 그러네? 어?! 뒷면엔 하늘이가 좋아하는 패티도 있잖아?”
그렇게 이산가족 상봉만큼이나 어렵다는 하늘이와 뽀로로의 만남이 이뤄졌다.
"우와아~ 누가 이렇게 기저귀를 잘 입었어? 그럼 이번엔 윗도리 입는 것도 한번 보여줄까?"
"아니."
그럼 그렇지. 한 번에 성공할 리 없다. 연기력으로 승부를 볼 차례다. 난 들어가지도 않는 하늘이 티셔츠를 내 머리에 마구 쑤셔 넣는 시늉을 한다.
“하늘아? 이거 이렇게 입는 거야? 이게 잘 안 들어가네? 이렇게 하는 건가? 맞아? 왜 안 들어가지?”
어이없게 바라보던 하늘이가 자기도 답답했는지 보다 못해 나섰다. 하늘인 내 손에 있는 옷을 낚아채더니 구멍에 머리를 집어넣는다.
‘오케이~ 성공! 걸려들었어!’
혼신의 힘을 다한 아빠의 연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하늘인 그렇게 스스로 옷을 입었다.
그런데,
하늘이가 갑자기 옷을 다시 벗는다. 그리고 나에게 옷을 던져 주며 한마디를 함께 던진다.
“이렇게.”
하아. 육아란. 진짜 다 된 것 같아도 항상 끝나지 않는 반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