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회차
빛이가 유치원에 입학한 지도 벌써 3개월이 넘었다.
보통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빛이가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주로 재미있었던 일인데, 특히 선생님의 행동이나 말에서 재밌다고 느낀 부분을 자주 전해 준다.
“아빠, 선생님이 오늘 또 엄청 웃겼어. 해 그림을 가리키면서 '이건 구름인가?' 그러고, '꽥꽥' 소리를 내면서 '얘들아, 이건 누가 내는 소리지? 참새인가? 독수린가?' 막 그러는 거야. 웃기지?”
뭐 이런 식이다. 선생님이 실수한 척하거나 일부러 틀린 대답을 하면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보다. 역시 선생님은 전문가답게 6살의 눈높이를 정확히 파악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엔 빛이가 선생님 얘기를 잘 안 한다.
“빛이야, 오늘은 선생님이 뭐 웃긴 얘기 안 해주셨어?”
“응.”
빛이는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궁금해서 난 좀 더 물어보기로 한다.
“요즘은 재미있는 얘기 잘 안 해주셔?”
“응, 옛~날에는 처음이라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잘 안 해.”
“그래? 왜?”
“그때는 많이 안 친했었잖아? 그래서 선생님도 처음엔 더 많이 노력한 거야.”
“아…….”
그래. 뭐든 처음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한 법이지. 너도 옛~날부터 3개월간 ‘처음’에 적응하느라 많이 노력했겠구나.
고생했어.
하아. 그나저나 이 인생 2회차 아이를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