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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찌찌찌찜

자매의 각본

by 윤슬기

둘째 하늘이가 밑도 끝도 없이 찡찡댄다.


“하늘아, 왜 울어? 어디 불편해?”

“으으으~~~”


하늘인 고개를 가로젓는다.


“응가했어?”

“으으으~~~”


“배고파? 밥 먹고 싶어?”

“으으으~~~”


아무리 물어봐도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징징거릴 뿐이다.


“그럼 빵? 빵 먹고 싶어?”

“으으으~~~”


무슨 일이지? 그 좋아하는 빵 얘기를 꺼냈는데도 안 통한다.


“그럼 왜 그래? 뭐 필요한 거 있어?”

“아찌찌찌찜!”


“그게 무슨 말이야? 아까 먹었던 찜?”

“으으으~~~ 아찌찌찌찜!”


26개월 아이는 손을 내저으며 자꾸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옆에 있던 엄마도 나섰다.


“아찌찌찌찜? 밖에 아찌 있었어?”

“으으으~~~ 아찌찌찌찜!”


멀리서 혼자 그림 그리던 첫째 빛이가 듣다 못해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하늘이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잖아!”


무슨 근거로 저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지. 빛이는 하늘이에게 다가와 물었다.


“하느라~ 맞지? 아이스크림 먹고 시퍼요?”

“응!”


그렇게 오랫동안 칭얼대던 하늘이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이 상황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감기 걸려서 안 돼!”라는 말은 참 안 어울린다.


"가자! 아이스크림 먹으러!"




서로 통하는 마음이 있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상대의 마음을 읽는 세심함이 있으면, 안 들리던 소리도 들린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은 교만이다.




근데 이거, 너희 둘이 짠 각본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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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