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 전날
내일 빛이가 유치원에서 첫 현장학습을 가는 날이다. 평소 놀이터에서 뛰는 모습만 보면 '긴장'에 'ㄱ'자도 모를 것 같은 아이가 지금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아빠, 나 못 자겠어. 나 그냥 안 자고 갈래.”
“오늘 잘 자야 내일 더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아무리 잘 이야기해도 빛이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아빠, 근데 나 못 자겠어. 나 그냥 안 자고 갈래.”
“오늘 잘 자야 내일 더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뭐지? 데자뷔인가? 방금 했던 말 같은데. 우린 이 대화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어렵게 잠들었다. 그러나, 새벽에 펑펑 울면서 깨어난 빛이. 서러운 울음소리에 나 역시 눈을 번쩍 떴다.
“빛이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빛이를 진정시키고 왜 울었는지 물었다.
“내가.. 슬픈 꿈을 꿨어. 얘기해 주까?”
난 순간 재빠르게 휴대폰을 찾아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아래는 녹음된 음성을 그대로 받아 적은 내용이다.
빛: 내가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온 거야. 그래가지고, 어.. 근데.. 벌이랑 꿀이 있었어. 근데.. 내가 꿀을 살짝 입에 털어 넣었는데, 나한테 꿀 냄새가 나니까 벌이 가까이 올려하는데 나는 피했어. 근데 그게.. 꿀이 아니라 당근으로 만든 당근 주스였던 거야.
아빠: 꿀이 아니라 당근 주스였구나! 그래서 슬펐어?
빛: 어? 아니.
아빠; 그러면?
빛: 벌. 벌이 슬펐겠지.
아빠: 아. 벌이 슬펐겠다고.. 진짜 슬픈 꿈이네? 그래서 벌 위로해 줬어? 빛이가?
빛: 아니.
아빠: 위로 안 해주고 나왔어?
빛: 아니.
아빠: 위로해 주려고 했는데 꿈에서 깨어났어?
빛: 응.
아빠: 그럼 다시 꿈나라 가서 벌 위로해 주고 오자.
빛: 응.
그렇게 빛이는 잠결에도 할 말은 다 하고 잠들었다.
소풍 가기 전날 못 자고 설치던 기억.
그때의 그 설렘과 떨림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