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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나간 허리띠

다이어트 없이 살 빼기

by 윤슬기

몸이 불어난 건 첫째가 태어나면서부터다.


밤새 수시로 깨는 아이와 함께 나 역시 부족한 수면과 에너지를 시도 때도 없이 먹을 것으로 채워 넣었다. 살기 위해 먹은 음식들은 그렇게 살이 됐다. 생활이 조금 안정을 찾을 때쯤 둘째가 태어났다. 또 시작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변함없이 72킬로그램에 머물렀던 몸무게는 4년 반 동안 조금씩 꾸준히 늘어나 결국 80이라는 숫자를 찍었다.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두 돌을 앞둔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살을 일부러 빼려 한 것도 아닌데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뀌니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 오늘, 허리띠를 잘라내기로 했다.


"빛이야, 아빠 배가 들어가서 허리띠 남는 거 봐. 잘라야겠지?"


늘 그렇듯 빛이의 대답은 내 예상을 빗나간다.


"그러다가 다시 배 나오면 어떻게 할라구우~~"


6살짜리가 뭐 저런 생각을 하는지.


"그럼 그땐 허리띠를 다시 하나 사야겠지?"


요즘 유치원에서 '낭비'에 대해 배우는 빛이에게 내 대답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있는데 왜 또 사~~ 또 사면 낭비지이~~"


나중이 두려워 지금 잘라내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거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담을 듣기는 어렵다.


살이 불어나고 빠지는 내 모습을 보니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체중의 증감은 일정 기간 일시적으로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삶이 바뀌어야 할 문제다.


늘 먹던 야식을 끊는다든지, 별생각 없이 마시던 액상과당 대신 녹차를 마신다든지,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지속적 실천이 가능한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문득, 학창 시절 얼굴을 자주 마주치던 한 버스기사 아저씨의 말씀이 기억난다.


"내가 원래 담배를 엄청 피웠었는데, 그 담뱃값으로 매일 저축을 했거든? 10년이 지나니까 이천만 원이 넘게 모이더라고."


생명체가 없는 사해에 생수 한 컵 부어봐야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간 물이 맑아지고, 그곳에 생명이 깃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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