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되실 때 전화 한 번만 부탁드려요!’
문자가 왔다.
카톡이 아닌 문.자.메.시.지.
‘못 간다고 하겠군.’
직감적으로 알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J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역시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입원? 입원은 왜 하는데?”
“자꾸 안 좋은 생각을 해서요. 충동적인 마음도 들고….
병원에서 무조건 입원하래요.”
“그럼 입원했다가 비전트립 때 맞춰서 나와.”
“한 번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몰라요.”
이후 두 시간의 긴 통화가 이어졌다.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
“처음 신청했을 땐 재밌겠다 싶어서 신났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너무 가기 싫어요.”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수없이 겪을 것으로 예상했던 문제니까.
두려움.
이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여행한번 가는데 뭐 그리 큰 두려움이 있을까 싶지만,
마음의 병과 씨름중인 J에겐 무엇보다 큰 산이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첫 해외로 발걸음을 떼는 두려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
엄마와 장기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두려움,
마음대로 응급실을 찾을 수 없는 두려움,
늘 이유 없이 찾아오는 막연한 두려움까지.
이 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칠고 험했다.
게다가 알 수 없는 무게감이 J의 마음을
계속해서 끌어내리는 것 같았다.
“비전트립을 떠나는 순간까지,
넌 계속해서 안갈 수 있는 모든 방법과
핑계거리를 다 동원할 거야.
근데 그게 우리가 이겨내야 할 숙제야.”
이미 모든 걸 포기한 듯 아무 말 없는 J에게
난 약간의 충격요법처럼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수년간 온갖 치료 받으면서 뭔 짓을 해도 안 변하잖아.
계속 그렇게 ‘죽는다, 죽는다’ 소리 할 거면 일단 가봐.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거기 가서 쓰러져!
너한텐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여행이야.”
“진짜… 그럴까요?”
죽을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J의 목소리에
살짝 힘이 실리는 게 느껴진다.
‘그래.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떠날 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