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8일
“그럼 가는 거다?”
“네”
드디어 J가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스로 ‘마음을 먹었다’기보단 끈질긴 설득 끝에
‘마음이 먹혔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근데 저 두 가지 걱정이 있어요.”
“뭔데?”
“하나는 제가 다녀와서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까봐,
또 하나는 거기 가서도 안 좋은 상상할까봐….”
“어차피 너 여기 있어도 하나도 안 바뀌잖아.
그래도 일단 가면 바뀔 가능성은 생기는 거고.
물론 난 바뀔 거라고 확신하지만,
혹~시나 안 바뀌더라도 본전 아냐?
그럼 일단 첫 번째 걱정은 해결된 거지?”
듣고 보니 인정이 되어서였을까,
아니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어서일까.
수화기너머로 깊은 한숨소리만 들린다.
“그리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야.
너 여기서도 매일 안 좋은 상상하잖아.
여기서 죽나, 거기서 죽나 뭐가 달라.”
“저 그래도 튀르키예에서 죽긴 싫어요!!”
조용히 듣고 있던 J가 순간 발끈했다.
J의 말에서 처음으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뭐 죽겠다 하는 사람이
어디서 죽는 것까지 따지고 있냐?!”
서로 껄껄대며 웃었다.
J의 고민은 그렇게 억지로 해결됐다.
지금은 설득에 못 이겨 마지못해 끌려가겠지.
여전히 불안한 마음도 가득할 테고.
언제 또 갑자기 힘든 마음이 찾아올지 몰라.
하지만 온 교회가 기도하고 있어.
이번에 싹 치료하고 오자!
오늘따라 J가 ‘죽고 싶다’했던 말이
‘간절히 살고 싶다’는 말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