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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기 Feb 09. 2024

출발 전날

2023년 9월 26일

아내와 아이들이 처가로 내려가는 기차에 올랐다.

창밖에서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열차를 바라본다.

눈물이… 날 줄 알았으나, 발걸음을 돌리기가 무섭게

내 마음과 생각은 비전트립 모드로 빠르게 전환됐다.


이제 진짜 시작된 기분이다.

비전트립 단톡방에 현재상황과 느낌을 슬쩍 올려본다.

여행 중에도 서로의 기분이나 생각, 마음상태를 

더욱 자연스럽고 풍성하게 나눴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지도 모르니까.




집에 들어와 오랜만에 전목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우리교회 계셨을 동안 중고등부, 청년부를 담당하시며 

무려 네 번의 비전트립을 이끄셨던 분이다.


“그때 생각보다 어리셨더라고요? 하하.”


내가 청년 때 바라본 목사님은, 

늘 친구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큰 어른이었는데….

이제 내가 그 나이를 지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어른구실 못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목사님은 30대에도 이미 진짜 어른이셨다.

그 나이에 감당했던 그분의 역할들을 돌아보니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기도부탁도 드리고,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나 귀한 통찰을 던져주신다.


“청년들에게 저항할 힘을 심어줘야 돼. 

손톱만큼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꿈을 꾸거든.

근데 그 손톱만큼의 희망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다들 그냥 주저앉아 있는 거야.


손바닥만 한 구름이라도 보여주면 

거기서 비가 올 거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데,

‘비전트립’은 그 작은 구름을 보여주는 거다.”


통화가 끝난 후에도,

‘저항’이란 단어가 계속해서 마음을 울린다.


어떻게 그 힘을 심어줄 수 있을까.

‘각자에게 보여주실 구름을 못 찾으면 어쩌지?’

벌써부터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을 깨닫는다.

오늘도 성령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한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J의 마음상태가 궁금해서 연락해보니

목소리가 꽤나 안정적이다.


응급실에서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엊그제 입원해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뭔가 평온하다.


“아무리 안 가려해도 안 되니까 

그냥 포기하고 즐기기로 한 거야?”


하루사이 너무 달라진 태도에 장난도 던져본다.

마음속 치열한 싸움이 한차례 다 지나간 느낌이다. 

안 가려고 버티는 마음은 조금도 안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로 힘을 모으고 있어서일까.

평안함 가운데 J와 즐겁게 통화했고, 

끊고 난 지금도 기분 좋은 온기가 남아있다.


‘하루만 더….’


이 마음 그대로 끝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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