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대로

최고의 노래 파트너

by 윤슬기

“삐약, 삐야악~”

“병. 아. 리이~”


“음메, 음메에~”

“송. 아. 지이~”


역시 빛이는 내 최고의 노래 파트너다. 내가 선창(先唱)을 하면, 버튼을 누르듯 자동으로 후창(後唱)이 나온다. 차를 타고 먼길을 떠나도 한 시간 내내 이렇게 노래를 주고받을 수 있다.


"반"

"짝"

"반"

"짝"

"작"

"은"

"벼얼~"


이제 한 글자씩 주고받는 노래도 꽤나 능숙하다. 그러나, 빛이의 기분에 따라 가끔 거부당하기도 한다.


“리, 리, 리자로 끝나는 말으은~”

“나 빗자루노래는 안 좋아해!”


무슨 소린지 이해 못해서 3초간 뇌정지.


“어? 빗자루노래? 비비빗자루?”

“응! 그거 안 좋아해!”


아. 그게 그렇게 들릴 수도 있구나.




잘 시간이다.


"빛이야, 가서 이 닦고 옷 갈아입어."

"어?"


"자야 되니까 이 닦고 옷 갈아입으라고."

"어?"


"잘 안 들려? 빨리 이 닦으라고!"


결국 목소리가 커진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저 귀가 가끔은 얄밉다. 그렇게 빛이는 힘겨운 양치질을 마치고 나와 아빠를 부른다.


"아빠, 나 물 좀."

"어?"


"물 좀 달라고오."

"어?"


왜 꼭 내가 눕고 나면 저렇게 시키는 걸까. 잘 안 들린다. 빛이의 목소리도 커진다.


"물! 마시고 싶다고오!"

"꺼내 마셔."


"컵이 저 높이 있어서 손이 안 닿아!"


망했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며 무의미한 마지막 발악을 해본다.


"어?!"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건 너나 나나 마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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