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숫자들

숨바꼭질을 하다가

by 윤슬기

오늘도 아침부터 빛이는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가로질러 나와 함께 놀이터 출근이다.


“빛이야, 우리 ‘꼭꼭 숨어라’ 할까?”

“좋아!”


“아빠가 먼저 술래 할게. 하나, 둘, 셋, 넷, 열까지 세고 찾으러 간다?”


아빠가 술래 한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숨으러 달려가던 빛이가 다시 돌아선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어? 아빠, 근데 넷 다음에 열이야?”




'그러게. 다섯부터 아홉은 어디로 갔니.'


난 다섯 살 아이에게 설명하면서 뭐가 그리 급했던 걸까. 고작 다섯 개의 숫자를 더 셀 마음의 여유도 없던 걸까.


두 시간의 영화는커녕 10분짜리 영상도 길어서 1분 이내 숏폼이 유행하는 시대다. 미친 듯이 스킵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의 흐름에 나 역시 익숙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빛이에게 다시 대답했다.


"아빠가 실수했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다음이 열인 게 맞아."




영상을 빠르게 넘기던 손가락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긴다. 화면을 넘길 때 느끼지 못했던 손끝의 감각이 살아난다.


찾았다.


잃어버린 '다섯부터 아홉까지'의 여유를.






근데 다음엔 '하나부터 열까지'라고 할 거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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