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는 왜 항상 두 개일까?

그네와 눈치

by 윤슬기

오늘도 놀이터 도착하기가 무섭게 출석체크하듯 '그네'를 향해 달리는 빛이.


그러나, 예부터 아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 놀이기구 옆엔 항상 기다리는 아이들이 한두 명쯤은 있다. 그네 옆에 줄을 선 빛이가 약간 불만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아빠, 그네는 왜 맨날 두 개야?"

"글쎄? 하나만 있으면 좀 심심하니까 그렇지 않을까?"


갑작스런 빛이의 질문에 일단 얼버무려 대답하긴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느 놀이터에 가나 그네는 꼭 두 개씩 붙어 있다.


'왜 그런 걸까? 네 개, 다섯 개씩 연결하면 저렇게 아이들이 기다리는 일도 줄어들 텐데. 공간의 문제인가? 인기 없는 시설 몇 개 빼고 그네를 늘리면 안 되나? 안전상의 문제인 건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초조해 보이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가 아닌, 그 엄마다.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아직 내려올 생각이 전혀 없는 자신의 아이를 타이른다.


"넌 많이 탔으니까 이제 열 번만 더 타고 내려오자?!"




두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눈치'가 불꽃 튄다.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그네가 의미하는 건 '비교와 경쟁'이다. 옆에 타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빛이 옆자리에서 그네를 타던 초등학생 언니가 그네 위로 벌떡 일어난다. 흔들흔들하는 수준의 빛이 옆을 '쌔앵' 지나가며 하늘까지 뚫을 기세다.


강렬한 눈빛으로 내게 '나 잘 타죠?'라는 시선을 던지는 언니에게 "언니는 역시 다르네~"하며 장단도 맞춰줘야 하고, 거기에 우리 아이가 기죽지 않도록 "빛이도 쪼끔만 더 크면 저렇게 탈 수 있겠다, 그치?"라는 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잘 타는 언니가 있을 땐 그나마 좀 낫다. 그네 타는 것이 아직 서툰 친구가 옆에 있으면 상황은 더 난감해진다.


"아빠, 빛이는 그네 잘 타는데 지니는 잘 못 타네? 왜 그렇지?"

"아냐~ 둘 다 잘 타."


이번엔 내가 지니 엄마의 눈치를 볼 차례다. 제발 우리 딸이 입을 닫기만 바랄 뿐이다. 하지만 '둘 다 잘 탄다'는 말이 빛이의 마음에 찰 리 없다.


"빛이는 이렇게 혼자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데 지니는 아직 못하잖아. 그치?"

"아니."


더 말을 못 하게 빛이의 그네를 세게 밀어버린다.




지니의 그네 실력이 며칠 만에 많이 늘었다.


"지니야, 그새 더 잘 타네? 멋지다아~"


난 뭔가 빚진 마음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옆에서 빛이가 굳이 한마디 거든다.


"내가 가르쳐줬어."


그러더니 며칠 전에 봤던 언니처럼 그네 위로 일어선다. 뭔가 다른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얼마간 '두 개의 그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니, 아이들은 나름의 질서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우선 '기다림'을 배운다. 기다림을 통해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배운다. 오르내리는 친구를 기다리면서 평소 잘 보지 못하는 하늘을 바라보는 건 덤이다.


간혹 무작정 떼쓰는 어린아이가 왔을 때 조용히 양보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대견하다. 자신도 어린데, 더 어린아이를 배려하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자기들끼리 상의해서 일명 '꽃게'나 '바이킹'이라 불리는, 하나의 그네를 둘이 타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담아두고 싶은 멋진 광경이다.


또한 아이들은 경쟁을 통해 '도전'을 배운다.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경쟁'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이 된 것 같지만, 내가 본 두 그네 사이의 경쟁은 꽤나 긍정적이다.


더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주려는 아이나, 그걸 따라가려는 아이나, 결과적으론 둘 다 실력이 는다. 그리고 그 경쟁의 과정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이다.


'뭐가 다른 걸까?'


아이들의 시선과 비교대상은 분명 옆에 타는 친구겠지만, 초점은 실력이 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비교대상은 '남'이 아니라 이전의 '나'일 뿐이다.


또 하나의 발견은, 옆에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아이들이 혼자서는 그네를 그렇게 오래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 정도면 그네가 두 개씩만 붙어 있는 이유를 충분히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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