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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올가미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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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ul 24. 2023

영리하게 아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끊임없는 시모의 이간질


시모의 이간질은 너무나 지능적이었다.

사이가 좋았던 우리 부부를 서로 의심하게 하고

불신하게 만들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끊임없었다.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몇 개만 적어둘까 한다.




발목에 인대가 늘어난 그녀는

의사가 반깁스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굳이 본인이 더 빠른 회복이 필요하다며

통깁스를 했고

화장실 가기 힘들다면서 기저귀를 찼다.

그러고는

로펌에 있는 시부와 내 전남편,

그리고 둘째 아들을 골고루 불러서

기저귀를 갈아달라 요구했다.


도우미도 없이 정신없이 육아를 하던 시기어서,

내게는 시모의 호출이 있지도 않았기에

날 배려해 주는 줄 알았다.

정확하게는, 인대가 늘어난 다리 때문에

기저귀까 차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어김없이 내 남편을 불러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하고는 종종 눈물지었다.

"며느리가 이런 걸 도와주지도 않으니

내 처지가 서글프다"

 

그렇게 남편을 자극했다.


남편은 그날부터 매일, 내게

 엄마 기저귀 갈아주러 당장 가라고 호통쳤고

왜 시모를 알아서 돕지 않냐고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상처받았다고 했다.


나는,

내 육아에 바빠

인대 늘어난 시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주지도 않는

파렴치한 며느리였다.





나는 이것저것 주변인들을 챙기길 좋아하는 성격이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랬다.

시모에게는 사랑받고 싶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맛있는 과일을 선물 받으면 시모에게 보냈고,

좋다는 걸 소개받으면 시모에게 선물했다.

심지어 시모가 기분 좋으라고

보내는 이름엔 일부러 남편이름으로 보냈다.


그녀는 남편에게 전화해서는

"나는 니 댁 같은 며느리를 얻어서 너무 감사하다.

걔가 이렇게 맛있는걸 내게 보냈네."

이런 식으로 항상 말했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것들을 받고

내게 연락을 한 적이 없다.

내가 안부전화로 연락을 드리다가

"어머님, 지난번에 보내드린

호박고구마 어떠셨어요?"

이러면 황당한 답변이 왔다.


"너는 어쩜 이렇게 맛없고 퍽퍽한 것만 보내니?

나 소화 잘 못하는 거 알면서

어떻게 먹으라고 이런 것만 보내니?"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오늘 어머님께 혼났다고.

그러면 그는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너한테 얼마나 고맙다고 했는데,

너 우리 엄마 왜곡하지 마.

우리 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 >



계속 반복되는 일들.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답답한 말들.

통화 녹음을 시작했다.





그녀는

신혼에는 매일 안부전화를 하길 종용했고,

나는 매일 한 시간씩 전화를 드렸다.

그때마다 그녀는 내가 어떤 요리를

어떤 과정으로 어떤 재료로 했는지,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어떤지,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생활이 있는지,

부부관계는 했는지,

부부관계의 과정이 본인이 원하는 순서대로였는지 등을 알고 싶어 했고

나는 그녀랑 잘 지내고 싶었던 마음에

전부 다 알려드렸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에게 얘기하는 우리의 신혼생활에서

그녀는 나를 배려하는 말이 전혀 없었다.

본인 아들을 어떻게 최선을 다해 챙기는지,

본인 아들이 조금도 집안일을 하지 못하게 내가 처신을 잘하는지를 확인했다.

예를 들어

장 보러 간 얘기를 해도, 내가 짐을 다 들어야 한다고

아들은 바깥일을 하니 힘들게 만들지 말라고

내게 강조했다.

그녀는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고,

그녀가 나와의 전화 내용을 매번 확인하고 의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전화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2-3일에 한 번씩 전화드리는 것으로 바꿨다.


그러자 그녀는 남편에게 울면서 전화했다.

"며느리가 전화를 안 해서 서운하다고.

바쁜 며느님 눈치 보느라 먼저 전화도 못하겠다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내게 집에 와서

본인 어머니가 서운해하신다며 전화드리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점점 전화하기가 싫어졌다.

전화해서 일정이든 뭐든 다 말씀드려도

그것이 거짓인지 사실인지 다 확인하며

부부갈등을 만드는 사람에게

어떤 호감으로 자발적으로 전화하겠나.



그래서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전화를 드렸고,

그것은 이혼얘기가 본격화되던 결혼 5년 차까지

약속을 지켰다.

매주 전화를 드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며느리가 자주 전화하지 않아서 상처받았다고 매번 울며 얘길 했고,

전화는 안 한 지 몇  됐다며 거짓말을 일삼았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내게 소리를 질렀고,

나는 매주 전화한 통화 이력을 증거로 보여줬다.

어머님이 너무 장난질하셔서

일부러 수요일로 딱 정해놓고 전화드린다고.


증거를 본 남편은 그 뒤로는 아무 말하지 못했다.


난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없다. 현재까지도.


본인이 그렇게도 나와 전화를 하고 싶다면,

본인이 직접 전화하면 될 텐데

그녀는 항상 내가 알아서

본인에게 전화드리기 기만을 바랐다.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그녀 때문에 나와 남편이

파국으로 가는 부부싸움을 매일 안 했다면

나도 처음처럼 매일 전화드렸겠지.


그녀는 아들에게는

항상 여리고 상처받은 어머니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어 했다.

아들이 본인을 생각하고

아들이 본인을 위해 부부싸움 하는 것을 기특해했다.


그 여자를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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