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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Sabrina Oct 07. 2023

결혼하다, 인도에서 - 1

태계일주 뺨치는, 다채로운 나의 인도 결혼식 이야기


 몇 달 전 여름, MBC에서 방영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에서 기안 84와 덱스가 방문했던 인도 결혼식이 꽤나 화제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다채로운 색깔의 결혼식 데코레이션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춤과 음악들, 화려하게 장식된 인도 결혼식 제단인 만답(Mandap)과 인도 신부의 대표적인 예식 의상 렝가(Lehenga) 등등. 마침 그때 나 역시 결혼식 준비를 위해 인도에 머무르고 있었던 터라 반 현지인(?), 반 관광객의 마인드로 그 누구보다도 더욱 공감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놀랍게도 <태계일주 2>에서 보여준 결혼식의 모습은 여러 면에서, 실제 내 결혼식과 너무도 흡사했다. 떠들썩하고 시끄러웠던, 또 화려하고 신성하기까지 했던 인도에서의 결혼식 후, 약 두 달이 흐른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한번 행복했던 기억을 회상해 볼까 한다. 



1. 웨딩 플래너 선정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웨딩 플래너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놀랍도록 한국과 비슷한 이 시스템은 사실 인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도입된 신생 사업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가 결혼했던 방갈로르에서도 꽤나 이 사업이 자리를 잡은 것을 감안해 보면, 웬만한 인도 대도시의 젊은 부부들은 이 서비스를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남편이 직접 두세 개 정도의 웨딩 플래너 업체와 스카이프, 즉 화상 미팅을 통해 마음에 드는 업체를 선정했고, 우리가 선택한 곳은 'Panigrahana'였다. 결과적으로는 이 웨딩 플래너를 고른 것은 꽤나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까다로운 남편이 이것저것 요구한 사항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러한 점들을 빠르게 수용하여 피드백을 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2. 날짜 및 장소 선정


 결혼식 날짜 선정은 예식 약 4~5개월 전 즈음에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점성술에 능통하신 시아버님께서 직접 날짜를 정해주셨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철학관 및 사주풀이의 도움을 받아 길일을 정하듯이, 인도에서는 점성술을 활용한다. Hindu Astrology or Indian Astrology라고 하는데, 직역하자면 말 그대로 힌두 점성술 내지는 인도 점성술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양식 점성술과는 그 틀은 비슷하나, 별자리의 순서 및 세부 사항들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여담이지만, 인도인이자 힌두교도인 남편은 서양식 점성술이 piece of crap, 엉터리라며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이고는 한다.) 태어난 생년월일 및 시각을 바탕으로 우리의 길일은 정해졌고, 해당 날짜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결혼식 장소는 인도의 방갈로르로 한참 전부터 정해두고 있었다. 방갈로르, 혹은 벵갈루루로도 불리는 이 대도시는 의외로 델리, 뭄바이 및 콜카타와 같은 다른 인도의 큰 도시들에 비해 한국인에게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21세기 인도의 IT 산업의 요람이 되는 대도시이며, 삼성 및 LG 등의 회사 주재원 파견으로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규 인구의 유입이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전반적인 사람들의 연령대도 젊고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웨딩 플래너들이 방갈로르 내 우리의 조건에 맞는 장소를 몇 군데 추천해 주었으며, 당시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대신해서 남편의 형님이 직접 사전 답사를 진행해 주셨다.  






 인도의 결혼식 장소 선정에서 중요한 점 역시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음식이 맛있어야 하며 (만국 공통인 듯하다), 사람들이 찾아오기에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하며, 화려한 장식 및 무대들을 여러 개 설치할 수 있을 만큼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위 사항들과 함께 우리의 예산과 조건에 부합하는, 최종 결정된 장소는 'Vistar Resorts & Hotels'라는 곳이었다. 이곳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결혼식 2주 전에 갑자기 예약해 뒀던 케이터링 메뉴를 모조리 뒤집어엎어버리는 바람에 (인도 기준으로, 그리 많지 않았던 하객 수 탓에 수지타산이 안 맞을 거라고 판단한 결과인 듯했다.) 안 그래도 당시 인도에서 알레르기와 감기로 고생하고 있던 나에게 깊은 빡침(!)을 안겨줬던 곳이다. 어쩔 수 없는 인도식-이라고 쓰고 미안하지만, 후진국이라고 부르겠다- 시스템, 커뮤니케이션에 완전히 질려버렸다고 느끼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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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객 초청 및 숙박 장소 예약


 인도의 독특한 결혼식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결혼식이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5~7일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대받은 하객들이 며칠간 머무를 수 있는 숙박 장소를 예약해 주는 것이 필수이다. 가까운 친척 및 가족들의 경우 결혼식 시작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이고, 친구나 지인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결혼식 기간 중 'Wedding Puja'가 열리는, 가장 메인이벤트가 열리는 날에만 참석하거나 앞뒤로 하루 이틀 정도만 참석한다. 따라서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동반 식구들은 몇 명인지, 전체 결혼식 기간 중 언제, 그리고 몇 박을 숙박할 것인지, 결혼식장까지의 교통편 제공 유무 등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참 복잡하고 많다. 남편과 함께 구글 스프레드 시트를 보며 몇 번이고 더블 체크, 트리플 체크를 거듭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한국에서 인도까지 날아오는 가족들의 인원 파악, 비행기표 및 비자 발급, 호텔 및 전용 차량 예약 등 산더미 같은 추가 사항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후술 할 예정이다.


 또한 인도에서 결혼식 하객 초청은 신랑 신부 본인이 아닌, 혼주인 부모님이 직접 한다. 이 점은 마치 청첩장에 '혼주 아무개의 자녀 아무개'라고 적듯이, 우리나라 결혼식과 또 비슷한 점이 엿보인다. 여러 번의 가족 간 회의를 거친 후 완성된 초청 하객들의 목록을 바탕으로 시아버님께서 직접 한 명 한 명 전화를 돌리셨다.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당연히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우리 부모님께도 직접 참석 전화를 하는 것이 관례라며 비디오톡 연결을 부탁하셨다. 힌디어와 영어, 그리고 한국어로 동시통역이 이루어지며 진행된 당시 통화의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굉장히 정식적인 표현이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좀 더 본격적인 세부 사항들을 정했던 일들을 적어볼까 한다. 예를 들어 '스드메' 라거나. (네, 인도 결혼식에도 있답니다, 바로 그 스튜디오, 드레스, 그리고 메이크업.) 음식 메뉴 선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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