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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Sabrina Oct 07. 2023

결혼하다, 인도에서 - 3

태계일주 뺨치는, 다채로운 나의 인도 결혼식 이야기

6. 웨딩 쥬얼리


 앞 포스팅에서 인도 결혼식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웨딩 쥬얼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도 신부들이 보석을 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신랑 가문의 일원 중 한 명으로 소속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의미이며, 또한 일종의 '정화 의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금을 좋아하는 인도인들의 취향답게, 대부분의 보석은 금, 백금, 혹은 로즈 골드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결혼식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하여 결혼예물을 제외한 웨딩 쥬얼리는 모조품을 대여하되,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의 쥬얼리는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인도 아마존에서 주문한 저렴한 제품은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 처리하고, 웨딩 쥬얼리 전문 대여점을 방문하여 결정하였다. 


우리가 대여한 쥬얼리(왼쪽). 화려한 인도 신부의 쥬얼리(오른쪽-출처: WeddingBazaar)


 인도 신부가 결혼식 때 착용하는 쥬얼리들은 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은 기본이고 이마 중앙에 장식하는 빈디(Bindi), 빈디와 함께 인도 기혼 여성의 상징 중 하나인 뱅글(Bangle)과 신부들이 예식 때 착용하는 팔찌의 한 종류인 추라(Chura), 헤어라인을 따라 얼굴 전체를 장식하는 망 티카(Maang Tikka), 코 피어싱의 한 종류인 Nose Ring, 발목에 하는 발찌(Anklet), 허리에 두르는 허리띠(Waistband) 등 종류와 생김새가 가지각색이다. 또한 각 지역별 특색과 문화의 다른 모습이 잘 나타나는 나라인 인도인만큼 지역 별로도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한다. 나는 북인도 스타일의 쥬얼리를 착용했는데, 남인도 스타일의 쥬얼리는 훨씬 더 장식의 디테일이 복잡하고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예물.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생략하는 추세인 예물과 예단 문화는, 현대 인도 사회에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역시 복잡하게 하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나와 남편은 최대한 간소화하여 주고받았다. 아참, 인도에서 결혼하면 신부에게 한 가지 아주 좋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모든 예물과 결혼식 기념품을 순금의 귀걸이, 목걸이, 혹은 반지 중 하나로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결혼식 기념품의 경우에는 결혼식에 참여한 모든 하객들의 가족 혹은 그룹 단위 당 하나씩은 꼭 받게 되는데,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는 오로지 신부에게만, 신랑은 아무것도 못 받는다.) 나의 경우에도 결혼식 후 계산해 보니, 한화 상당 400~500만 원 정도의 보석들을 하객들로부터 받았다. 이는 과거 인도의 여성 인권이 매우 낮고 가난했던 시절, 혹시라도 결혼 생활이 원만하게 끝나지 않을 경우 결혼식 때 받았던 각종 보석들을 팔아 여성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관습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예물로 돌아가서, 나는 시아버님으로부터는 목걸이, 남편의 형으로부터는 귀걸이 한 쌍을 선물 받았다. 보답으로 우리 부모님께서는 남편에게 내가 받았던 예물과 비슷한 가격 상당의 시계를 사주셨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예물 문화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결국 서로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 라며, 남편에게 이를 생략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인도의 오래된 전통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자신의 가족의 일부가 되는 며느리와 사위에게 부모가 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의 입장에서는 '합리적' 일 것이라며 이를 생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나,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 하나하나가 모두 그들에게는 의미 있는 절차이고 일종의 의식일 것일지도 모르겠다. 






7. 할디(Haldi Ceremony) 의상 구입


 인도 결혼식에는 본식이 되는 결혼식 푸자(Wedding Puja: Puja는 우리나라 말로 '의식' 정도의 의미이다.) 말고도, 결혼식 전날 혹은 당일 아침에 행해지는 아주 중요한 행사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할디(Haldi or Haldi Ceremony)라고 불리는 의식이다. 가족, 가까운 친척 및 친구들과 함께 진행되는 성스러운 의식 중 하나이며 참석한 사람들이 신랑과 신부의 얼굴과 몸에 강황 가루를 발라주는 행사이다. 한국어로는 강황 가루(카레 가루라는 말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영어로는 Turmeric, 힌디어로는 바로 Haldi라고 불리는 이 강황 가루를 물에 살짝 개어 피부에 쉽게 묻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신랑 신부의 얼굴과 몸에 발라주는 의식을 통하여 신성한 결혼식 전 그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참, 강황 가루의 색깔은? 바로 노란색이다. 따라서 이 할디 행사의 주요 테마는 '노란색'이다. 신랑 신부를 포함하여 이 행사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란색 혹은 흰색의 의상을 입고 참석하는 것이 예의이다. 또한 모든 할디 행사에 사용되는 꽃과 리본을 포함한 장식물들은 전부 노란색의 톤으로 맞추어진다. 따라서 나와 남편도 예쁜 노란색의 옷들을 예식 전 미리 구입해 준비해 두었으며, 아래 사진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우리가 입은 옷은 인도 남자들의 의상 중 하나인 쿠르타(Kurta), 그리고 인도 여자들의 의상 중 하나인 쿠르티(Kurti)이다.  



8. 결혼식 뷔페 메뉴 선정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밥이 아니겠는가. 특히 며칠씩 이어지는 인도의 결혼식특성상 삼시세끼 제 때를 맞춰서 하객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결혼식에서도 정작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거기 밥 맛있더라'라는 것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란다. 남편은 결국 인도 결혼식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신부의 얼굴'과 '뷔페 음식' 단 두 가지뿐이라며, 뷔페 메뉴 선정에 꽤나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따라서 뷔페 케이터링 업체 선정은, 우선 우리가 결혼식을 진행할 리조트 측에 딸려 있는 식당을 방문하여 샘플 메뉴를 맛본 후 결정하였다. 음식 단가와 결혼식 참석 인원수 등의 세부 사항을 조율한 후, 리조트 식당 측에서 당일 제공 가능한 메뉴의 종류와 가짓수 모두 PDF파일로 전달받은 후 하나하나 검토했다. 외국인인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백여 가지가 되는 각종 인도 음식들의 목록을 앞에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결혼식 하객의 대부분이 될 북인도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인도에서는 필수적인 Vegetarian or Non-vegetarian 두 종류를 모두 만족하는, 그리고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을 위해 (특히 인도에서는 당뇨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무설탕 차를 포함한 건강한 메뉴를 선정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띠고 남편은 열심히 메뉴의 조합을 구상했고, 또 가족들과 함께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쳤다. 


 단순히 점심 혹은 저녁 한 끼로 끝나는 정도가 아니라, 2박 3일 동안의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간식 및 디저트, 웰컴 드링크를 포함한 음료에다 과일, 심지어 별도로 마련된 티타임 메뉴까지 포함된 총 2박 3일간의 식단표는 다음과 같이 완성되었다. 참고로 내 남편은, 밥에 정말 진심인 사람이다.






9. 스테이지 데코 선정


 인도 결혼식에서는 여러 개의 무대, 즉 스테이지가 있다. 이 역시 결혼식의 규모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세 가지는 반드시 준비한다고 한다. 할디 의식을 위한 할디 스테이지(Haldi Stage), 결혼식 본식 때 가장 중요한 의식이 진행되는 인도식 결혼식 제단인 만답(Mandap), 그리고 모든 예식이 끝난 후 기념사진 촬영 때 사용되는 리셉션 스테이지(Reception Stage). 이 세 가지 무대의 스타일은 오롯이 신랑 신부의 취향이 100% 반영되어 결정된다. 인터넷에 굉장히 많은 레퍼런스(Reference) 자료들이 있으며, 웨딩 플래너들과 이를 보며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는 비용도 절약할 겸, 장식에 사용되는 생화(인도 결혼식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꽃들이 사용되는데, 대부분은 진짜 꽃이며 그 종류는 주로 금잔화로 불리는 Marigold이다.)의 사용도 줄일 겸 최대한 심플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선택했다. 또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나친 생화의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가능한 조화를 이용하겠다고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왼쪽이 만답, 오른쪽이 리셉션 스테이지의 레퍼런스 이미지이다.


 이렇게 결혼식에 관련된 굵직한 사항들이 약 세 달에 걸쳐 조율되었다. 사실 결혼식을 주관해 줄 주례인 펀딧(Pundit)을 비롯해 더욱 세세한 내용들이 많았지만 이 정도쯤에서 마무리할까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한국에서 인도를 방문한 가족들의 인도 비자 발급기 및 호텔 예약 관련한 내용들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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