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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Sabrina Oct 10. 2023

결혼하다, 인도에서 - 4

태계일주 뺨치는, 다채로운 나의 인도 결혼식 이야기

10. 가족들을 위한 준비

 우리들을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완료가 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결혼식을 보러 먼 길을 와주는 가족들을 위한 준비가 남았다. 한국에서 인도의 방갈로르까지 먼 길을 와주는 고마운 가족들, 부모님과 그리고 통역사로 특별 초청한 이모를 위한 호텔 예약 및 인도 관광 비자를 준비할 차례였다. 



https://indianvisaonline.gov.in/evisa/tvoa.html



상기한 홈페이지 주소가 바로 인도 정부에서 관리하는 인도 E-비자 웹사이트이다. 은근슬쩍 비슷한 홈페이지 구조나 주소를 들먹이며 인도를 방문하려는 여행자들을 이용하려는 가짜 웹사이트도 많이 있으니 주의하자. 홈페이지의 모든 내용이 영어로 되어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비자 신청 자체는 크게 어렵지는 않으나, 마치 신상 털기나 다름없는 끊임없는 개인 정보 요구의 향연에 조금은, 아니 많이 당황할 수는 있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는 기본이요 부모님의 신상 정보 및 고향까지 그야말로 탈탈 털릴 각오(?)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인도 정부에서 이를 도용 및 악용 목적으로 수집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https://www.prestigeconstructions.com/oakwood-ub-city/index.html



 가족들을 위해 예약한 호텔은 방갈로르 시내, 각종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 중 한 군데로 선택했다. 방갈로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에 편리할뿐더러 근처에 UB City Mall, Cubbon Park, Tipu Sultan's Summer Place,  ISKCON Temple Banglore, Bengaluru Palace, Church St 등 관광지도 매우 가깝다. 




11. 답례품 쇼핑

 앞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인도 결혼식에는 가까운 친척 및 가족들을 위해 결혼식 기간 동안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호텔을 예약해 주는 전통이 있다. 이 외에도 한 가지 중요한 전통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결혼식 답례품을 마련하는 것이다. 관례적으로 남자 손님들을 위해서는 바지 한 벌, 그리고 여자 손님들을 위해서는 사리(Saree)를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결혼식 답례품인 만큼 그 품질도 꽤 좋은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의 결혼식 후 신랑의 이모님 중 한 분은, 우리가 준비한 사리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매장에서 다른 것으로 교환해 가셨다고 한다. 이것 참, 인도에서 결혼하기 정말 쉽지 않다. 


 

락슈미 신이 그려져 있는 은 동전(왼쪽), 가네샤 신 모양의 나무 장식품(오른쪽). (출처: Au Billion Canada / Amazon CA)



 또한 우리 가족들을 위한 기념품 쇼핑도 잊지 않았다. 이 또한 인도의 관례 중 하나인데, 결혼식 때는 신부의 가족에게 가네샤 신 모양의 조형물, 그리고 락슈미 여신이 그려져 있는 순은 동전을 선물로 주는 것이라 한다. 가네샤(Ganesha) 신은 사람의 몸에 코끼리의 머리를 한 신의 형상이며, 다양한 의미가 있으나 대표적으로는 집안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다. 또한 락슈미(Lakshmi)는 부(富)를 불러오는 여신이다. 행여라도 깨질까 뽁뽁이로 겹겹이 싸여 포장된 상자에 담겨 한국으로 들고 간 위 기념품들은 지금도 우리 집 거실 한편에 잘 보관되어 있다. 








12. 가족들의 인도 도착, 그리고 짧은 상견례

 각종 준비와 쇼핑들로 정신없이 흘러간 7월 한 달과 8월 초순을 뒤로하고, 시간은 어느덧 8월 15일. 가족들의 인도 도착 일주일 전이 되었다. 위 사진은 8월 15일에 찍었던 사진인데, 인도와 우리나라의 광복절은 동일한 날이다. 인도에서는 India Independence Day라고 부르며, 거리의 각종 장식물과 깃발들은 온통 인도 국기의 색깔들로 치장되어 있다. 또한 위 사진 하단에서는 형형색색의, 마치 꽃의 무늬를 형상화한 듯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는 랑골리(Rangoli)라고 불리는데, 집집마다 분필로 그려진 색색의 그림들이 문의 입구에 있다. 랑골리는 인도에서 각종 기념일마다 으레 볼 수 있으며, 그 의미는 집을 찾는 신과 여신들을 환영하기 위함이다.


 사실 결혼식 참석을 위한 가족들의 인도 방갈로르 여행이 확정되었을 때만 해도 걱정이 꽤나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야 물론 각종 해외 살이 및 여행 경험으로 뜨내기 생활에는 최적인, 단련된 사람이라 자부하긴 하지만 해외여행 깨나 다녀본 편인 부모님 역시도 주변에서의 "인도를 간다고? 그 여행하기 힘들고 험하다는 인도를?"이라며 놀라움과 신선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반응에 여행 전부터 꽤나 긴장하고 계셨다. 그나마 우리 가족들 중 유일하게 해외 배낭여행 만렙 치를 찍은 (남미,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오대양 육대주 안 가본 곳이 없으시다) 영어 능력자 막내 이모가 유일하게 기댈 곳이었으며, 나 역시 그런 이모가 부모님과 이번 여행에 동행한다는 사실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래도 걱정이 우선 앞서기 마련인 이번 인도 여행을 대비하여, 부모님은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거의 모든 준비물을 챙겨 오셨다. 






 인도 여행 준비물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준비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약. 특히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먹었을 때는 멀쩡했던 생선류, 갑각류 등도 가끔 운이 없는 경우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알레르기 약도 가능하면 하나 챙겨 오는 것을 권한다... 사실 이것은 내 이야기이다. 가급적이면 인도에서 생선 요리는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꼼꼼히 익히지 않고 조리하여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의 기름에 튀긴 것은 괜찮았던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피부에 알레르기를 일으켜 한밤중에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며, 다 나을 때까지 2주일 정도는 걸렸던 것 같다. 이후에도 피부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한동안 꽤나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각종 지사제와 소화제, 종합감기약 등 개인 상비약은 필수이다. 특히 종합감기약은 꼭 챙겨 오는 것을 권하는데, 인도의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의 공격력은 우리나라의 그것에 상대가 안 된다. 똑같은 감기에 걸리더라도 인도에서 걸리는 감기의 강도와 그 지속력은 훨씬 강하고 무시무시하다. (역시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립니다.) 다만, 나의 경우는 잠깐 들르는 여행자와는 달리 두어 달 정도의 장기체류를 하는 경우이니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알레르기와 감기가 무서워 못 올 정도의 나라는 절대 아니다. 특히 방갈로르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의료 인프라가 굉장히 잘 갖추어져 있는데, 인도 사람이 아니라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병원 진료비와 약값은 그렇게 심하게 비싸지는 않다. (체감상 우리나라보다 2~3배 정도 비쌌던 것 같은데, 응급실 못 갈 정도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모기. 인도는 뎅기열 위험지역 중 하나이며, 아직까지  뎅기열은 제대로 된 백신이나 예방접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인도의 모든 모기들이 뎅기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은 나에게 "낮에 날아다니는 모기들" 이 위험하다며, 밤이 아니라 오히려 한낮에 더 조심하라고 이야기했다. 부모님은 이에 대비해서 각종 긴소매 옷과 팔토시를 비롯하여 각종 모기 퇴치제, 모기 퇴치 로션, 모기 퇴치 밴드 및 스티커 등을 바리바리 챙겨 오셨다. 우리 역시 가족들이 머무르는 방의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모기약과 모기향을 24시간 켜놓는 등 만반의 주의를 하였다. 인도에서 머무르는 5일 간 그렇게 조심한 덕분인지 다행히 모두들 아무 탈 없이 인도를 즐겼다. 




 도착 전 했던 모든 걱정과 각종 준비들이 무색할 만큼, 가족들은 인도를 열심히 즐겼다. 정작 가족들의 여행 가이드를 맡은 내가 며칠 전 걸렸던 감기의 후유증으로 5일 내내 골골거렸던 것을 제외하면, 지금 생각해도 가족들의 첫 인도 여행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수영을 좋아하는 엄마와 이모는 호텔 수영장을 열심히 드나들며 모처럼 즐거움을 만끽했고, 대형 쇼핑몰이 즐비한 방갈로르의 각종 쇼핑몰을 방문하며 여가시간을 보냈다. 특히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던 것이 인도 음식과 향신료였는데, 다들 생각보다 이것저것 잘 드시는 모습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나는 각종 통역과 길 찾기 및 부모님 뒷바라지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이것이 바로 부모님과 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 어렵다는 부모님과의 해외 자유여행, 여기 제가 5일간 단 한 번의 갈등이나 말다툼 없이 해냈습니다. 


 인도 여행 방문 3일 차에 이루어진 가족 간 상견례는 다소 어색한 첫 점심식사, 그리고 선물 교환으로 짧게 마무리되었다. 남편의 가족들은 앞서 말한 가네샤 장식품과 락슈미 순은 동전을, 그리고 우리 가족들은 한국에서 구입해 간 생활한복을 한 벌씩 선물했다. 엄마와 내가 여러 곳의 생활한복 가게를 비교해 보며 고심 끝에 고른 선물인데, 생각보다 생활한복의 반응이 좋아서 내심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남편의 형님은 몇 주 후에 같은 디자인의 생활한복 한 벌을 더 추가로 주문하셨다. 하하.) 




 가족들을 인도 방갈로르 호텔로 무사히 데려오는 것으로 내 쪽에서의 결혼식 준비는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던 것 같다. 이제 드디어 결혼식 본편에 관한 내용을 쓸 차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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