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생, 나는 30살일까 아직 20대일까

작년까지만 해도 만 나이 통일이 내게 직접적으로 체감된 건 없었다. 만 나이로 한다고 하더라도 난 20대였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난 20대였다. 그러나 올해가 들어선 순간부터 내 나이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30살일까. 아니면 아직도 29살인 것인가. 

혹, 누군가는 겨우 한 두 살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대충 바뀐 제도에 따라 살면 되는 거지, 29와 30이 뭐가 대수라고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지 의아도 할만하다. 

하지만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나이기에, 인생을 의미하는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뀐다는 것은 10년에 한 번 오는 귀중한 변곡점이었다. 마음가짐도 재정비하고 싶었고, 지금껏 내가 이루어왔던 것들을 지키거나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싶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생각해도 됐었지만 의미충인 나에게는 꽤나 중요한 시점이 필요했다. 

더불어 30살과 29살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까지는 좀 다르다고 느낀다. 누군가에게 나를 29살이라고 소개하면, "20대 좋겠네요. 젊을 때, 이것저것 해봐야죠."라는 말과 함께 도전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를 30살이라고 소개하면, "서른 되면서부터 운동이랑 영양제는 필수야. 이제 우리도 챙길 거 다 챙기면서 해야지."라며 발전보다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더 맞추는 거 같다.

보통 서른이라는 키워드를 보면 저축, 결혼, 출산, 건강 등 지독히도 현실적인 부분들이 담겨 있다. 요즘은 그래도 나이에 대한 제한적 의미가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내 주변에는 여전히 나이에 대한 한계를 짓곤 한다. 그래서 내가 더욱 이십 대와 삼십 대 중간에서 나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라가 정한 규법에 따라 만 나이로 살아가는 게 맞다. 그렇지만 아직 주변 생활 속에서 통용되는 나이는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가 흔한 거 같다. 그래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은 요즘 내게 최고의 난제로 떠오른다. "만으로 29살입니다."라고 말을 하기에는 뭔가 어린 척을 하는 것 같고, "서른입니다."라고 또 하기에는 세상이 정한 규법을 무시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요즘은 태어난 년도로 대답을 할 때가 많지만, 이제 나도 내 나이를 정확히 알고 싶다.

나는 스물아홉일까? 아니면 서른 일까. 아니면 29.3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