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
육아를 할 때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때가 정말 많다.
"이때는 개입을 해야 하는 순간일까, 개입하지 말아야 되는 순간일까?"
"내가 도와줘야 되나, 물러서야 되나?"
"이건 공감할 때인가, 훈육할 때인가"
그런데 더 환장하겠는 건 딱히 답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도, 아이의 성향도, 엄마의 성향도.. 모두 다 다르니까.
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지나친 개입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무관심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인생이 그렇듯 육아도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지치고 죄책감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날,
내가 뭘 잘못했나, 얘가 뭐가 문젠건가 머리 터지도록 생각해도 잘 모르겠고 다 잘못된 것만 같이 막막한 날,
특히 아이의 마음에 지나치게 감정이 이입돼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발짝 떨어져 내 마음과 아이를 바라보는 일이라는 걸 기억하며,
그런 날 꺼내 들어 보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적당한 거리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가만 보면 식물들도 성격이 모두 달라. 어떤 식물은 물을 좋아하고, 어떤 식물은 물이 적어도 살 수 있지.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그렇듯 너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관심이 지나쳐 물이 넘치면 뿌리가 물러지고 마음이 멀어지면 곧 말라 버리지.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여 주고
겨울이 오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주는 일,
필요할 때를 알아 거름을 주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는 것일 뿐
그렇다.
이 사실을 잊고 아이를 마주할 때가 정말 많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휘두르려고 하고, 아이를 지레짐작해서 단정 짓고, 내가 정한 방향대로 따라와 주길 바란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와주는 것일 뿐. 아이와 나는 다르다. 그러니 더 살펴봐야 하는 것이겠지.
문득 나와 식물이들의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처음 식물을 키울 때, 애지중지하며 식물을 키웠지만 모두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수중 식물만 제외하고는...
너무 관심이 많아 물을 과하게 주었고, 내 식물이들은 과습으로 죽어갔다.
과습 하면 죽는다는 걸 안 뒤로, 나는 최대한 물을 더디게 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을 줘야 할 것 같았지만, 과습보다는 건조한 게 낫다는 마인드로 물을 더 드물게 줬다.
그랬더니 말라죽었다.
울적했다. 나는 식물을 좋아하지만 우린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식물을 보고 있을 때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참 좋았다.
맞지 않으면 맞춰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식물과 나와의 적당한 거리를 공부하고 연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터득했다.
식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물을 주고 안 주고 보다,
자세히 잘 관찰하는 것이라는 걸.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보다 보니, 이 식물이가 물이 필요한 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물을 주기보단 슬며시 흙을 찔러보면, 식물이의 상태를 더 잘 알 수 있었다.
육아도 마찬가지 아닐까.
"잘 들여다보는 것 = 지켜보는 것 = 관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을 잘 들여다보아야 물을 줄 때인지 아닐 때인지, 바람이 필요할 때인지, 햇빛이 필요할 때인지를 아는 것처럼,
나는 아이를, 나를,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잘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입"을 잘하는 것보다 "관찰"을 잘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관찰을 해야 기다려야 하는 순간엔 기다림으로, 개입해야 하는 순간엔 개입으로, 공감할 땐 공감으로, 훈육할 땐 훈육으로..
그 상황에 맞춰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관찰하려면 적당한 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너무 붙어있거나, 너무 멀어져 있으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 발자국 떨어져, 나와 아이를 잘 관찰해 보는 것.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너무 가까운 것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 않은 적당한 거리 속에서, 우리 아이를 잘 들여다봐주는 엄마로 있고 싶다.
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야.
매일매일 눈을 마주쳐 잎의 생김새를 가만히 둘러보는 거야.
너의 시선에 나의 시선을 가만히 맞춰보면서
구부정했다가 활짝 펴지는 모습을.
바짝 세워졌다 느긋하게 늘어지는 모습을.
너의 작고 사소한 행동과 모습도
안다는 것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기도 해.
앞서 판단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판단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지켜보고 기다려 주면서
조급해해하지 않고 스스로 떨구는 잎을 거두어 주는 것.
엄마의 조급함을 내려놓을게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돌봐야 할 때와 내버려 둬야 할 때를
조금은 알게 될 거야.
한 발자국 물러서 너를 보며,
네가 엄마가 필요할 땐 더 다가가고
네가 스스로 해야 할 땐 잠깐 그 자리에서 멈춰 서 너를 믿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
적당한 거리 속에서 더 편안한 우리의 관계로,
함께 나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