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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Dec 12. 2021

아빠를 대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행동주의상담)

행동주의상담_관찰학습


부모는 자녀가  어딜 가도 사랑받고 행복했으면 좋겠으니까 예쁘게 말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는 조심해서 말을 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아, 물론 화났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나도 그렇다. 아이를 대할 땐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좀 더 하이톤의 목소리, 느리고 다정한 말투, 인정과 칭찬의 예쁜 말이 잘 튀어나간다. 어느 정도냐면 길을 가다가도 주변에서 꼭 와서 한 마디씩 거들어주시는 정도.


"애 엄마가 아주 말을 예쁘게 하네! 듣는 내가 기분이 다 좋아!"



그렇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아이를 대하는 모습이 예쁜 엄마다.


우리 아이가 예쁘게 말했으면 좋겠고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정이나 말투는 타고나는 부분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에, (나조차도 가끔 내 언어에서 우리 엄마의 언어가 나와서 놀랄 때가 있듯이 말이다) 5살인 우리 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예쁜 말을 전달한다.


좋다, 아이를 위해서 말을 조심하는 엄마. 인내하고 노력하는 엄마.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문제는 내가 남편에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천성이 착하고 사랑 고백을 잘하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중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온유함과 배려"인 것 같다. 엔간한 일은 넓은 마음으로 다 이해하고 넘어간다. 주로 내가 내지르면 남편이 참아주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를 할 때 서로가 결국 참지 못하고 부딪히는 부분들도 많다.


 우리가 가장 자주 부딪히는 부분은 속도다. 멀티태스킹에 뭐든 빠르게 하는 나는 남편의 여유롭고 느긋한 성정이 좋았다. 그랬는데... 육아하면서 종종  속이 터질 거 같다. 이건 내 시점이고 남편은 무섭단다. 자기가 뭐 하나를 끝나고 쉬려고 하면 귀신같이 나타나서 다음 해야 할 것을 시킨다고.. 가끔 장난으로 "사장님 나빠요"라고 말한다.


 육아에 내 인내심을 몰빵해 버려서 인지 남편에게 남은 인내가 거의 바닥이다. 안 그래도 거의 없는 인내심이 바닥에서부터 시작되니.. 나는 남편에게 아주 불 뿜는 용이다......


 다행히 남편은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아주 열 받지 않는 이상(?) 그냥 넘어 가준다. "네가 육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보다" 하고 고맙게도 참아준다. 그러면 더 고마워하고 잘해줘야 되는데 점점 더 남편에게 지시하고, 요구하며, 쉬지 못하게 하는 나... 할 게 많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남편이 빨라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계속 남편만 탓해왔다. 그게 속 편했으니까.


그런데 드디어.. 점점 커가는 우리 딸이 하는 걸 보고 안 되겠구나 싶은 날이 왔다.


아빠에게 지시적으로 말하고, 아빠가 누우면 엄마한테 와서 이르고, 아빠한테 이것저것 시키는.... 딸... 그럼 또 남편은 귀엽다며 나와 딸의 수발을 다 들어준다. 남편... 나도 다 받아주는데 딸은 오죽할까. 그런데 어째 점점 아빠에게 버릇이 없어져가는 거 같다.


오늘도 제 아빠에게 버릇없이 말해서 훈육하는데 딸이 갑자기 억울해하며 얘기했다.


"엄마도 아빠한테 누워서 물 가져오라고 시키잖아!"


아.. 진짜 자식은 가끔 부모 뼈를 때린다.


내가 아무리 아이에게 인내를 갖고 다정하게 대했으면 뭐 하나, 가장 가까이에서 본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걸 그대로 다 보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내가 예의 없다고 생각한 딸의 모습은 평소 내가 남편을 대하던 모습이었다.


그 한 마디에 띵하고 마음이 울렸다.







상담에서는 행동주의 이론이 있다. 행동주의는 말 그대로 행동의 변화 그 자체에 개입하는 상담 기법이다.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문제행동어린 시절 부적절한 학습으로 인해 (1)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배우지 못했거나, (2) 비효과적이고 부정적인 습관들을 지니게 된 결과라고 본다. 쉽게 말해, 문제행동은 학습의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행동을 학습할까?



시계 종이 치면 밥을 주는 자극과 자극 간의 단순한 연합? (고전적 조건 형성)

반응에 따른 강화(칭찬 등)나 처벌에 의한 학습? (조작적 조건 형성)



그런데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에서는 자기가 실제로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모델이 하는 것들을 관찰만 해도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대리적 조건 형성). 이걸 한 마디로 말하자면 모델링(모방)이다. 아이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 관찰을 통해 행동을 학습한다는 거다. 반두라는 사회성 발달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이 모델링(모방)이라고 본다.



대리적 학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반두라의 보보 인형 실험에서는, 인형을 마구 때리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때리는 것처럼 정서가 각성된다. 그 후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마주할 때 아이들은 관찰했던 방식 그대로 인형을 마구 때린다. 이처럼 사회학습이론에서는 아이를 양육할 때 일관성 있는 강화와 처벌과 같은 직접적으로 대하는 상호작용 역시 중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 앞에서 어떤 모습(행동)을 보이고 있느냐"라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아이에게 인내하고, 다정하게 대하고, 이상적인 엄마로 있어준다고 하더라도

우리 부부가 서로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아이는 계속 학습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참 미안하다.







물론 아이의 태도에 대해서는 훈계했지만, 근본적으로 이건 엄마인 내가 바뀌어야 할 문제였다.


모든 걸 지켜보고 빨아들이고 있는 아이는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도 보고 듣고 다 입력하고 실행한다는 것, 지극히 당연한데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뭐 이것만 그랬겠는가..


엄마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

엄마의 부모에게 하는 행동

일을 하고 공부하는 태도까지도


내 모든 걸 보고 빨아들이겠지. 사춘기가 되어 고유한 자기의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기 전까진 내가 이 아이의 온 세상임은 틀림없다. 애가 클수록 그게 더 잘 보인다.


부담스럽다. 진짜 더럽게 힘드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신경 쓸 게 많다.


.. 모든 걸 다 잘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가족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아야지..



육아에만, 아이에게만 내 인내심을 너무 몰빵 하지 말아야겠다.

아이에게만 너무 최선을 다해서 일일이 반응해 주거나, 간섭하는 행동을 더 줄여봐야겠다.

우리 부부를 위한, 남편과 나를 위한 인내심의 지분도 좀 남겨놔야지.

이게 결과적으론 우리 가족에게도, 아이에게도 더 좋은 걸 테니까.



남편도 더 존중해 주고, 감사를 표현해 주고,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고, 다정하게 대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엄마가 된다는 게 왜 이렇게 어렵나 했더니, "척"을 못해서 인 거 같다.

아이 앞에서 괜찮은 사람인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짜가 아니면 금방 이렇게 들통난다.

그래도 이렇게 성찰하고, 반성하고, 또 새롭게 노력해 볼 수 있는 것에 위안을 얻어본다.



그리고.. 나는 너의 가장 영향력 있는 모델이라는 걸 오늘 밤 마음에 새긴다.

나쁘진 않네? 어쨌든 모델이니까

아이 한정이지만 내가 인기가 많은 걸 어떡해



인기 연예인의 고충을 좀 알 것도 같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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