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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Mar 07. 2022

언제까지나 나의 처음인 너에게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주말부터 40가 웃도는 고열에 힘이 없이 축 처져 있던 우리 아이는 오늘에서야 38도 미열로 떨어졌다.


안쓰러운 마음에

"행복이 어제 너무 힘들었지 아팠지"라고 말하면 자꾸 "아니, 나 너무 좋았는데?"라고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오늘 저녁에 복댕이부터 저녁 먹인다고 정신없이 아기 밥을 먹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빤히 보다가 말한다.


"어제 엄마가 나랑 계속 놀아서 너무 좋았어"


"그랬어~~ 오늘도 많이 놀고 있잖아"


"아니 엄마가 나 돌봐줘서 너무 좋았다구"


"응?"


"엄마가 나 아픈데 돌봐주고 계속 안아줘서 좋았어"


아, 그래서 좋았다는 거구나. 40도 고열이 떨어지지 않아 힘없이 축 처져있던 네가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머리를 꽝 한대 맞는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니 오늘 아이 컨디션이 좀 좋아진 것 같아서 또 나도 모르게 둘째를 많이 챙기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오늘 유독 까칠하고 예민했던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아이의 모든 말과 행동엔 다 이유가 있다.


멀찍이 서서 누워있는 딸을 보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또 배고파하는 목이 다 쉰 둘째를 얼른 먹여야 하기에 아픈 딸을 바로 안아주지 못하는 이 상황이 안타깝고 슬펐다.


어쩌면 내가 보지 못한, 생각지도 못한, 훨씬 더 많은 순간을 그저 기다리며 바라보고 있었을 너.


유독 짜증을 많이 내 더 많이 혼내고 재촉했던 오늘의 나.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냥 행동 자체만 놓고 계속 나무라고 있었다. 저도 아픈데 아픈 동생을 먼저 돌보는 엄마가 야속했을 터였다. 내 마음속에도 첫째니까, 좀 더 컸으니까 이정되는 이해해 줘야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이제 50개월인 너에게.


오늘 밤 자기 전, 지난주에 딸과 함께 읽고 싶어 빌려온 그림책을 꺼냈다.

아이의 신생아 시절 사진들과 함께.



언제까지나 나의 처음인 너에게








"너는 우리에게 온 첫 아기.."


첫 구절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정말 내게, 신생아였던 너의 울음소리 "응애응애"는 잊을 수 없는 소리였다.

어떻게 진짜 응애응애 하면서 울 수 있을까? ㅎㅎ


너무 신기했던 내 첫 아기의 울음소리




"우리에게 옹알이를 들려준 첫 아기"


처음으로 도리도리하며 춤을 보여주고, 옹알옹알 옹알이를 가장 먼저 보여줬던 내 첫 아기.

엄마 아빠가 웃으면 더 신나서 열심히 머리를 흔들어 댔던 내 첫 아기.




"엉금엉금 우리에게 기어 온 첫 아기"


엄마만 보면 방긋방긋 웃으며 힘차게 기어 와준 나의 첫 아기




"눈 내리는 풍경을 함께 바라본 우리 첫 아기"


함께 눈 사람을 만들고, 뽀득뽀득 눈 위를 걸어봤던 내 첫 아기



"파도로부터 포르르 달아난 첫 아기였지"


바다를 가면 아빠와 함께 파도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내 첫 아기




행복아,


"너는 우리에게 부모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 첫 아기였단다."



네가 누워자던 침대엔 둘째 복댕이가 누워 있고,

네가 응애하고 울던 자리에서 복댕이가 응애하고 울고,

네가 기어 오던 집에서 복댕이가 기어 다니고 있지만 (ㅋㅋ)




하지만, 행복아.

너는 언제까지나 엄마의 첫 아기야.

세상에 둘도 없는 첫 아기.



서로를 꼭 안아주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해서 읽어주었다.






언제까지나 나의 처음인 내 첫째 딸 행복이


그림책으로 나는 이때를 추억하며 더 깊은 사랑에 빠졌고,

행복이는 엄마의 고백을 듣고 보며 해맑게 웃었다.


엄마의 처음이 너여서, 행복이 너라서 참 좋아.

처음은 더 설레고 애틋하고 소중한 만큼

또 처음이라 부족하고 실수도 더 많네..


아파서 엄마가 더 돌봐줬으면 좋겠는데, 동생을 더 돌봐주는 것 같은 엄마의 모습에

괜히 화가 나고 심술 나고 힘들었다는 걸 엄마가 또 생각 못 하고 너의 행동만 계속 나무랐었네.


너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기억하면서

마냥 첫째라고, 많이 컸다고 너에게 더 이해를 바라기보단

좀 더 네 마음을 주목하고 알아주는 엄마가 되어 볼게..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너의 6살, 지금은 내가 너를 아낌없이 더 넘치게 안아주어야 할 때니까.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나의 처음일 우리 딸,

사랑해 많이






열이 내리지 않던 행복이는 코로나 확진이다.

아마 작은 몸으로 바이러스와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거겠지.


격리 3일째,

아이 둘과 함께 그냥 버텨가는 이 하루하루의 시간 속, 그 어떤 것보다 서로를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을 고백하겠노라 다짐한다.

아프니까 힘들고 예민하다는 핑계로 자꾸 나를.. 너희를 쿡쿡 찌르지 않아야지. 힘들다는 것이 변명이 되고 합리화가 되어서 소리 지르지는 않아야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또 있겠지만..

그래도 그냥 틈만 나면 더더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표현하고 안아주자.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또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어쩌면 이것이 이 시간을 버티고 견뎌나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우리 가족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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