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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텐텐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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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핀 Oct 22. 2023

남아 있는 것

물품보관함의 뒷 이야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꼭 맡기는 편이다.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보부상이어서 가방이 무겁기도 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전시품들을 감상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날도 평소처럼 보관함에 짐을 넣는데, A4용지에 프린트해서 붙여 놓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폐관시간 이후에 남아 있는 물품들은 폐기한다는 안내문이었다. 

 그렇겠지. 지하철역에 있는 물품보관함이야 오가는 사람이 많으니 언제까지나 맡겨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술관의 물품보관함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개관시간부터 폐관시간까지 딱 머무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보관함인 것이다. 폐관시간 이후에는 반드시 문을 열어 확인할 것이라는 생각과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전시'와 '표현'의 욕망들을 결합해 생각난 글을 써 내려갔다. 

 항목 D는 독립출판물의 특성상 제작 과정은 말하지 않는 이상 제작자 자신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 제작물의 존재를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떠올려 봤다.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그것이 엄청난 역작이라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작품이라면? 예전에 읽었던 예술가의 고된 삶이 담긴 책들과 상상했던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렇게 알려지지 못하고 스러지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에 조금은 삶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30X30 센티미터 남짓한 보관함 속 각 물품들이 아무래도 남겨진 것들이다 보니 글을 다 쓰고도 여전히 쓸쓸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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