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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텐텐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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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핀 Oct 09. 2023

물품 보관함




3. 물품 보관함 운영 보고

- 동전을 넣고 열쇠를 돌려 잠그는 방식에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

- 폐관 시간 이후 담당자가 물품 보관함 확인 후 기록.

- 잔존물은 일주일 동안 보관, 미술관 웹사이트와 게시판에 공고 후 폐기 예정.


1) 금주의 물품 보관함 잔존물


항목 A. 자물쇠가 잠긴 비밀 일기장

15번 칸

특징: 핑크색 하드 커버 다이어리. 은색 자물쇠가 달려 있음. 열쇠는 따로 동봉되어 있지 않음. 표지에 '호(하트)윤'이라고 적혀 있음. 내용은 열쇠가 있어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임. 물품을 이동하다가 내부에 꽂혀 있던 사진이 지상으로 추락함. 사진 상의 두 인물로 보아 일기장의 주인은 10대 여성일 것으로 추정. (교복을 입고 있음.) 연락처 등은 미기재되어 있어, 따로 연락을 취하기는 어려워 보임. 발견 당시에 물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축축해져 있었음. 그대로 말린 후 보관할 예정. 

습득 날짜: 2023년 3월 3일

추후 절차: 공고 게시 후 일주일 경과 시 폐기 예정


항목 B. 새끼 고양이(회색)

9번 칸

특징: 귀여움. 울지 않음. 울지 않아서 운영 시간 내내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함. 벽을 긁은 흔적도 없으며, 물품 보관함 문이 열리자 빤히 쳐다보기만 함. 귀에 작은 흰색 반점이 있음. 스스로 유실물 센터로 걸어 들어 옴. 반달 모양 목걸이를 목에 매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캔 사료를 잘 먹음. 간식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 

습득 날짜: 2023년 3월 4일

추후 절차: 공고 게시 후 일주일 경과 시 담당자가 키울 예정.


항목 C. 대파 한 단, 사과 두 개, 두부 한 모라는 메모가 적힌 꽃무늬 한지

16번 칸

특징: 물품 보관함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음. 압화 무늬의 질 좋은 고가의 한지에 먹을 갈아 붓으로 씀. 내용이 달랐다면 액자에 걸어 보관하는 것이 좋을 정도로 명필로 보임. 용도가 불분명함. 세로로 긴 종이의 맨 하단에 대파, 사과, 두부의 그림 또한 그려져 있음. 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조선의 글씨> 전을 겨냥한 장난으로 보임. 

습득 날짜: 2023년 3월 5일

추후 절차: 공고 게시 후 일주일 경과 시 제4 전시실에 전시하고 관련 프로그램 추진 예정.


항목 D. 책(인쇄물) 1박스

5번 칸

특징: 책 삼십 권이 들어 있는 박스. 표지 상의 정보로 보아 책 제목은 <알 수 없는 갈 수 없는 볼 수 없는>이며, 저자는 MIRAE. 책의 내용은 사진집. 단상과 사진을 조화롭게 배치함. 바다의 윤슬, 먹먹한 어둠, 아득한 하늘 너머 구름 사진을 포함하고 있음. 뒷면에 ISBN 코드는 없으며, 가격은 18,000원이라고 적혀 있음. 맨 뒷장의 책 정보에 저자의 메일 주소 및 SNS 주소가 있어 연락을 취할 예정. 

습득 날짜: 2023년 3월 6일

추후 절차: 공고 게시 및 연락 후 일주일 경과 시 폐기 예정.




항목 D와 관련해 업데이트가 있어 안내드립니다.

메일로 연락이 닿았으나, 물품 주인 분의 사망으로 가족 분께서 해당 물품은 폐기해 달라고 회신 주셨습니다. 

관장님 허가 받아 금주 중 폐기 예정입니다. 

혹시 변동 사항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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