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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자향자

풀코스 마라톤. 42.195km 거리를 오롯이 뛰거나 혹은 걷거나 뛰거나를 반복해야만 완주할 수 있는 거리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풀코스 마라톤을 경험해 본 적 있는가? 아니면 완주를 목표로 이 글을 읽기 시작했는가.



참고로 나의 거처에서 서울의 어느 직장까지는 편도로 32km 정도의 거리다. 차량으로 이동하는데만 족히 1시간은 걸리며, 지하철로 이동할 경우 1시간 반은 넘게 걸린다. 그리 짧은 거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보다 10km나 더 되는 거리. 42.195km를 인간의 두 발로 뛰어내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고되고 힘에 부치는 일임을 손쉽게 예상할 수 있다.



2025년 11월의 어느 날, 꿈조차 사치라 여겼던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했다. 이 일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단순히 오기로 만들어낸 결과였을까? 아니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꿈을 달성했다고 자평해야 할까? 새로운 도전에 앞서 내 세운 미션이었다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 여전히 그 해답은 찾지 못했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무리하게 풀코스에 도전하고 완주했을까? 완주 이후 느꼈던 '나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라는 여운도 생각보다 길게 맴돌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어쨌거나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를 마라토너라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다.



작년 이맘때쯤, 2025년의 계획을 세웠다. 끝까지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는 성격 덕에 그리 지엽적이지 않게 딱 3가지의 목표를 세웠다. 그중 하나가 내겐 '하프 마라톤 완주'였다. 당시의 나는 10년 넘게 운동을 해왔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풀코스는 고사하고 그 절반인 하프 마라톤만 완주해도 내 인생에 새로운 업적(?)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목표가 올바르게 서 있으면 끊임없이 정진한다.' 나는 이 말을 올해 완전히 내 몸으로 익혔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2025년 3월 말 달리기를 시작하고 두어 달이 지난 2025년 5월의 어느 날, 나는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다. 내 예상치보다 훨씬 빠르게 달성한 셈이었다. 그리고 11월 내 계획에도 없었던 마라톤 풀코스까지 해냈으니 이 즈음이면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십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브런치북은 마흔을 앞둔 39살 아저씨의 풀코스 마라톤 파란만장한 정복기를 다룬 이야기다. 뻔하디 뻔한 K-드라마 스타일의 전개가 이어질 수도 있겠다. 하프 마라톤 완주 이후, 내 심정의 변화부터 풀코스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대회 당일 나의 숨 막히는 나 스스로와의 싸움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분히 그리고 아주 상세히 전개했다.



러닝을 이제 막 시작하거나, 이미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이들이라면 한 아저씨의 풀코스 마라톤 완주 이야기가 조금은 더 솔깃할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통해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단 하나다. '해봤어?'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혼자만의 상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감히 단언컨대, 여러분도 몇 가지의 조건만 충실히 이행한다면 풀코스 마라톤 무조건 완주할 수 있다. 그 조건이 무어냐고? 내 풀코스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 보면 별거 아닌 조건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될 테다.



뉴질랜드의 어느 한 마라토너는 마라톤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달리기는 명상이며, 순화된 정신이고, 우주와의 교류 그리고 영혼의 교감이다.' 여러분의 도전의 정도를 시험해보고 싶지 않은가? 그리고 완주를 통해 하루키와 같이 내적 성장을 일구어 낼 토대를 마련해보고 싶지 않은가?



여러분과 내가 어느 대회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뛰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함께 결승점에 들어오는 모습 또한 그려보게 된다. 이 글이 풀코스 완주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여러분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재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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