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30km 넘는 달리기를 해본 적은 없었다. 혈기왕성한 20대, 이른 아침 상의를 탈의하고 알통 구보를 즐기는(?) 군대에서조차 해본 적 없었던 일이었다. 그런 내가 마흔을 하나 앞두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무려 30km를 뛰어봤다. (군대에서 30km 행군은 해봤어도, 30km 달리기는 또 처음이었다.)
도전이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과 다름이 없다고들 한다. 2025년 유독 도전이란 단어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현생의 불만족을 여러 다른 도구로 풀어내고 싶었다. 글도 쓰고 책도 내고 다 해봤지만, 가장 빠르게 나의 불만을 다독여줬던 건 누가 뭐라 해도 내겐 달리기였다.
러닝 인구가 일천만이 넘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느꼈듯 그리고 나머지 구백구십구만구천구백구십구 명이 느꼈듯 여러분 또한 나와 같은 감정을 꼭 한 번은 경험해봤으면 한다. 고통과 어려움이 분명 있다만, 다른 어떤 도전보다 가장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러너들은 '이런 자신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싶다.
30km까지 뛰는 데는 성공했지만, 불안한 부분은 여전했다. 경험치가 1회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시 도전자의 입장에 섰을 때, 그 이상의 거리를 뛰어낼 자신감이 들지 않았다.'는 두 가지 사안 때문이었다. 본래부터 졸보 성격인 것도 한몫했다. (남자는 자신감 빼면 시체라는데 나는 그 자신감이라는 게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다시 돌아온 한 주, 또다시 펼쳐진 러닝 게임에서 이번엔 어떤 결과를 받아들였을까? 28.30km. 철저한 패배였다. 내 기억의 그날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로 출근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컨디션도 꽤 괜찮은 날이었지만, 어떤 부담감도 없이 나선 그날 나는 러닝에서 쓴잔을 마셨다.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루저로서의 변명일 뿐이었다. (역시 계획대로 되는 법은 없다.)
2025년 기가 막힌 10일간의 추석 연휴를 완벽하게 즐기고, 다시금 러닝길에 나섰다. 아주 다행스럽게 그날은 간당하게 30.29km를 뛰며, '30'의 벽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하나 기쁨도 잠시다. 여기까지 뛴 건 좋다만, 궁극적으로 던질 수 있는 질문하나는 한 가지다. '이 기록에서 무려 12km를 더 뛰어야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라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나름의 슬럼프였다. 그간 러닝을 재밌게 했다. 내 한계를 하니씩 깨부술 때마다, 희열을 느끼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두 차례 미끄러진 적은 있었지만, 결국엔 대부분 정복하던 나였다. 그렇게 나름의 순항을 해오던 내게 거대산 빙산 하나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수 없이 두드렸지만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전 화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지만, 결국 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뛰기까지 단 한 번도 42.195km는커녕 35km의 벽도 넘어서지 못한다.
30km를 가까스로 뛰는 내게 42.195km가 가당키나 했을까. (되긴 되더라.) 하나 의지 하나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의지만으로 풀코스를 정복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나 가혹하다. 충분한 연습량 그리고 의지가 함께 버무려져야 마라톤이란 스포츠 자체를 즐길 수 있다.
풀코스를 준비하고 있는 러너들 그리고 어떤 목표를 잡고 있는 러너들에게 꼭 하나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기왕이면 목표하는 대회의 거리를 꼭 한 번은 뛰어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정 여의치 않다면 8할까지는 꼭 뛰어보고 가길 권한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찾아온다. 이럴 때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단 하나다. '재도전' 계속 두드리다 보면 균열이 발생하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저 건너편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 세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시시할지 모른다. 하나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낸 기록 그리고 자신감은 당신 곁을 늘 따라다닐 것이다. 요즘에도 나 스스로 말하고 다닌다. "나 풀코스 완주 해봤어."라고 말이다.
전 세계 인구 중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은 0.02% 수준에 해당한다고 한다. 도전 자체가 부담스러운 종목. 훈련, 심리적 압박 모든 것이 불안하다. 어떤가? 도전의 상징이라 불리는 풀코스 마라톤.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여러분의 풀코스 마라톤 도전에 응원을 더하기 위해 다음화 계속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