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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06. 2024

“그래서 복직은 언제 할 건데?”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서 자주 들었던 질문 하나가 있습니다. 가족, 친지들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꼭 한 번씩은 들었던 질문 바로 “그래서 복직은 언제 할 건데?”라는 말입니다.



사회분위기 상 남성의 육아휴직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나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는 케이스는 주변에 흔하지도 않고 색안경을 끼고 볼만한 사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 아빠한테 무슨 문제 있나? 이런 느낌이요.) 보통 아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설령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도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이 종료된 시점에 맞추어 교대하는 형태가 주류이기도 하니까요.



오전 10시가 남짓한 시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따금 마실을 나오면 대부분 엄마와 함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아빠와 함께 있는 아이는 사실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거기에 저희 부부처럼 둘이 함께 나온 부모는 더더욱 드물게 보였습니다. 놀이터만 가도 엄마와 함께 노는 아이들은 수두룩한데 아빠와 놀고 있는 아이들은 왜 그렇게 찾기 힘들었을까요.



어떤 모임을 가게 되면 서로의 안부를 한 번쯤은 묻게 됩니다. 그런 제가 육아휴직 중이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아이 엄마는 회사에 있고?” 라거나 “남편이 애를 왜 봐? 돈 벌어야지.” 와 같은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 중이라고 잇달아 말씀드리면 대부분 놀라는 눈치였고요. 제가 퇴사를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대단하다. 용기 있다."라는 말을 건네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짜 맞추고 질문하나 싶을 정도로 종국에는 똑같은 질문을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복직은 언제 할 건데?” 심지어 양가 부모님께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셨으니까요. 말 다했죠. 어떤 과정으로 육아휴직을 결정하게 됐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걱정 해주는 분들은 주변에 엄청 많았습니다. “양육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계셨고 “한 명이라도 복직하는 게 낫지 않아?”라는 말도 진짜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계좌번호라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매번 똑같은 말을 계속하려니까 제 스스로 변명하는 것 같기도 해서 어느샌가부터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육아휴직 하게 된 진짜 이유에 대해 묻는 사람 외에는 육아휴직이란 단어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습니다. 사실 물어본 사람도 몇 명 되지도 않았지만요. 왜 육아휴직을 하게 됐는지 말만 장황하게 늘어뜨리는 것보다 그냥 여봐란듯이 행동으로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육아휴직을 결정하게 된 최우선의 이유는 아이의 수술 후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내 혼자서 감당해야 할 수많은 결정을 함께하고 한 달에 몇 번씩 서울 소재의 병원을 혼자 다니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그 순간에는 커리어고 나발이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회복이 당연히 최우선이죠. 이런 이유로 아내와 함께 양육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습니다. 한편으로는 자녀에게 너의 어린 시절 아빠가 함께 했었다고 훗날 떳떳하게 말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내 자식이 아파요."라고 제 입으로 굳이 말하고 다니고 싶지도 않았고요.



향후 회사에서  큰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20년 넘게 일할 것이고 그 기나긴 시간 중에 1년이라는 시간 정도를 아이에게 할애하는 게 전혀 나쁜 선택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때는 아이가 제게 "아빠 좀 쉬어가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전해준 선물 같기도 했으니까요.



각자의 상황이나 여건은 모두 다르겠지만 실현 가능한 경우의 수를 쥐고 계시다면 한 번쯤 깊게 고민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봅니다. (생각하는데 돈 드는 건 아니잖아요.) 육아도 육아지만 휴직 기간 동안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는 자신 그리고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기회가 한 번쯤은 찾아올 수 있거든요. 잠시 쉬어갈 때 주변을 관찰하고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말 다시 한번 곱씹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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