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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07. 2024

"도비는 이제 자유예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육아휴직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아이를 하루 종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아니고 아내와 보낸 24시간도 아닌 '출근을 안 해도 되는 자유'가 부여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당분간은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일요일 밤마다 겪는 불면증 또한 한동안은 걱정 안 해도 됐으니까요. 단지 아내와 함께 아이의 올바른 양육에 미션 딱 하나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24시간을 스스로 재단해 주도권을 쥐고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굉장했습니다. 지난 7년을 하루 절반 이상의 시간을 회사에서 수동적으로 살아왔으니 당연할 법도 합니다. 소설 해리포터에는 도비라는 인물 아시죠? 그 캐릭터가 뱉은 문장 하나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도비는 이제 자유예요.” 이 말처럼 저도 이내 자유를 외쳤습니다.



휴직 초반 스마트폰 메모장에 틈틈이 기록해 뒀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집 앞 공원에서 러닝도 하고 아내를 위한 요리도 하고 회사일로 차일피일 미뤄놨었던 블로그 포스팅도 다시 재개했습니다. 육아하는 일련의 시간을 기록보고 싶어 블로그도 추가로 하나 더 만들어 꽉 채운 24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도 하나씩 연재해 보기 시작했고요. 제게 부여된 소중한 1년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자. 자기 계발을 하는 건 좋다 이 말입니다. 근데 이렇게 여러 가지를 일을 동시에 벌이면 양육은 언제 할까요? 당연히 이도저도 잘 안 됩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동시에 주어진 하루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던 욕심이 컸던 탓에 대부분의 제 바람들은 얼마를 버티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습니다. 능력은 쥐뿔도 안 되는데 하고 싶은 것 많았던 제 탓이죠.



만약 부부 육아휴직이 가능한 경우 육아 외에 시간에 쫓겨 미춰두었던 자기 계발할 수 있습니다. 육아에 대한 바통 터치가 가능한 상황이니까요. 아마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으실 텐데 한 가지 염두에 두셔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실이 많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갑니다. 소요되는 시간도 2~3배 정도 더 길어지고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계획이 무너지기 쉽고 육아에 대한 피로도 점점 쌓여갑니다.



아이를 재우고 고요한 한밤 중에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겠죠? 근데 쉬운 게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아이가 곤히 자다가 깨면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인간이란 원래부터 나태한 동물이기에 육퇴 후에는 좀 쉬고 싶고 맥주 한잔하면서 육아 피로를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자주 찾아오거든요.



육아휴직을 계획하신다면 딱 한두 가지만 목표 삼고 집중해서 성과 내보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이 목표라 하면 몸짱에 도전해 보고, 독서라면 100권 읽기를 목표하던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한 두 가지의 목표를 정확히 정하고 몰입해 보는 겁니다. 이 정도만 해두셔도 스스로 충분한 자기 만족감 느끼시리라 봅니다. 이것 조차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육아하는 환경이니까요.



그래서 육아휴직을 했던 저는 무엇을 얻어냈냐고요? 아이의 사랑을 얻어냈죠. 농담이고요, 아내에게 양해 구하고 평소에 듣고 싶었던 강의 많이 들었고 제 것으로 만드는 시간에 집중했습니다. 한 마디로 공부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금은 그 황금열쇠를 찾기 위해 부단히 탐험 중이고요. 육아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어찌 됐건 여러분의 시간 반드시 존재합니다. 24시간은 부자든 빈자든 누구에게나 동일하니까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 끌어내는 기간이 바로 육아휴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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