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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윤 Oct 24. 2024

나는 팁문화가 좋아졌다

2024. 10. 22.

하와이, 미국




하와이는 세계여행 일정 중 첫 서양국가였다. 서양국가에는 보통 팁문화가 있고, 팁의 금액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나는 하와이행 비행기 안에서 하와이 팁문화를 열심히 검색해 봤었다.


서칭 정보글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하와이는 보통 식당에선 식사 금액의 15~20% 정도가 평균이었다. 요새는 다 카드로 결제한다고 했다. 카드결제 시엔 팁을 어떻게 내나 궁금했는데 카드 단말기에 팁을 얼마나 낼 것인가 뜨니 원하는 팁 액수를 선택하면 카드로 함께 결제가 된다고 했다.




실제로 부딪혀보니 서칭 한 내용과 약간 다르긴 했다. 식당의 단말기에 카드를 긁으면 식당에서 설정한 3지선다의 팁 비율과 노팁이 선택지로 나왔고, 우리가 단말기를 터치해 선택하면 되는 시스템이 보통이긴 했다.


몇 가지 예외의 경우가 있는데, 보통 서양권에선 결제할 때 카운터에서 하는 게 아니라 자리에서 계산서를 달라고 한 후 앉은자리에서 결제한다. 카드로 결제하겠다 하면 단말기를 가져와서 팁을 우리 보고 선택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카드를 가져가서 결제해 온 후 카드를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처음엔 그럴 때 팁을 어떻게 주는지 모르고 못준 적도 있었는데 계산서와 함께 려온 펜으로 계산서에 적혀있는 팁을 얼마나 줄지 체크하고 카드와 계산서를 함께 서버에게 주면 체크한 팁으로 알아서 계산해 오는 시스템이다.


계산서에 펜도 안 딸려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사실 그럴 때는 아직도 어떻게 팁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 현금을 꽂아놓고 가야 하나 싶었는데 현금을 보통 안 가지고 다녀서 서버가 참 친절했는데 팁을 주지 못 한 적이 몇 번 있다. 계속 여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의 서버들은 서비스정신이 확실히 한국과 달랐다. 항상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으며, 영어를 잘 못해 우물거려도 답답한 기색 없이 모두 이해해 줬다. 수시로 테이블들 사이를 왔다 갔다 거리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더 필요한 서비스는 없는지 물어봐 주며 우리를 굉장히 편안하게 해 줬다. 한국이었으면 고급 식당에나 가야 받는 서비스를 하와이에선 동네 햄버거집에서 받을 수 있었다.


왜 이렇게 한국과 서비스의 질이 다른가 생각해 보니 사실상 팁문화 차이 말곤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단순노동으로 시급을 받는 사람들이 항상 고민하는 내용이 있다.

내가 열심히 일하던 대충 일하던 월급은 똑같은데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팁문화는 이러한 단순노동자들에게 완벽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열심히 하면 돈을 더 벌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돈을 적게 번다. 이보다 더 서비스를 열심히 할 이유를 만들 방법이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팁문화가 없다. 때문에 좋은 서비스도 기대하면 안 되는 게 사실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다른 곳보다 굉장히 친절한 직원이 있어야 식당 리뷰에 '직원이 친절해요!' 써주는 게 끝이다. 불친절한다 한들 마케팅만 잘면 손님들은 차고 넘치는 게 실정이다.


팁문화의 가장 큰 단점은 손님들이 지불해야 할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한국에선 팁문화를 굉장히 반대하는 것 같다.


여기서도 서버들이 서빙하지 않고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직접 가져다 먹는 맥도드 같은 식당이나 카페, 포장해 가져가는 음식들은 팁을 받지 않는다.  뭔가를 사 먹으려면 팁을 무조건 줘야 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서비스를 해주는 곳에서만 팁을 주는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의미로 팁을 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친절하며 응대를 잘해주고, 테이블 하나하나를 신경 써주며 서비스를 받는 손님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직원들에겐 해외처럼 비싼 팁은 아닐지라도 소정의 팁을 지불하는 문화가 생기는 것이 직원들도, 손님들도 모두 행복해지는 식당 문화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는 여기서 느낀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소정의 팁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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